낯선 시작, 무거운 책임
지난 일요일, 기존에 근무하던 매장을 마무리하고 타 브랜드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이직 후 처음 맞이한 한 주는 낯섦과 익숙함, 기대와 책임감이 한데 뒤엉킨 시간이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분위기
월요일과 화요일은 타 매장에서의 체험 및 교육을 위한 근무가 시작했다. 매장은 바빴지만, 오피스 상권이라 점심과 저녁 시간 외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 덕에 음료 제조는 물론이고 브랜드의 다양한 상품군도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기존 매장에 비해 판매 품목이 두 배 이상 많다 보니 외워야 할 것도, 숙지해야 할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매장의 분위기였다. 바쁜 와중에도 직원들 사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서로 예민한 기색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협업하고 있었다. 팀리더는 자유롭게 맡기되, 맡은 일에는 터치하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직원들 역시 그 자유 안에서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책임감 있게 일하고 있었다. 보고 있자니, 내가 이상적으로 그려오던 팀의 모습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바쁜 매장이었지만 일하고 싶은 그런 매장이었다.
수요일부터는 내가 배정된 백화점 매장에서 본격적으로 인수인계를 받았다. 하지만 기존 팀리더가 금, 토, 일 3일 연속 휴무를 떠나는 일정이라, 인수인계는 단 이틀 안에 끝내야 했다. 첫날은 심지어 타 매장 지원근무로 인해 인수인계 시간이 하루하고 몇 시간 남짓이었다.
백화점 입점 매장이기 때문에, 브랜드 내 업무 외에도 백화점 결제 시스템, 관련 부서와의 소통 방식, 오픈 및 마감 절차, 청소 루틴 등 새로운 루틴을 빠르게 익혀야 했다.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모든 걸 익혀야 했고, 이후에는 홀로 매장을 운영해야 했다.
매장에는 고정 직원이 없고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 근무 중이었기 때문에, 남은 시간은 팀원들의 이름과 성격, 일하는 스타일을 익히고, 그들이 팀장에게 바라는 점들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다음날엔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근무하며 비슷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오후에는 백화점 측 파트리더를 만나 교육 및 기본적인 매장 운영 사항들을 전달받았다.
그날 오후에는 본사 매니저님이 매장을 방문해 향후 진행할 일들에 대해 상담했고, 그 후엔 전 팀리더에게서 매장 발주, 월말 보고, 스케줄 작성법 등을 추가로 전수받았다. 또 이번 달까지만 근무하는 직원이 있어 새로운 인력 충원도 예정되어 있다는 말도 함께 들었다. 정보가 너무 많아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눈으로 익히고 손으로 적으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기존 매장에서 부족했던 휴일 수를 채우기 위해 금, 토, 일 연속 휴무를 받았지만, 쉬는 날이 쉬는 날이 아니었다.
금요일엔 폭우가 쏟아져 외출 없이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한때 매장에 긴급한 문제가 생겨 출근할 뻔했지만, 다행히 다음 주에 해결해도 되는 일이라 차주에 해결하기로 하였다.
토요일 아침엔 보냉팩 회수 문제로 연락을 받고 잠에서 깨버렸고, 이후에도 익숙하지 않은 종이 쿠폰 사용, 제품 바코드 오류 등 자잘한 문의들이 이어졌다. 모두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나에게 연락이 온다는 사실이 팀리더로서의 책임감을 실감하게 했다.
다행히 내가 맡은 매장은 비교적 한가해 큰 문제는 드물지만, 매장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내 책임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낯설고 무겁게 다가온다.
지금 낯설고 무겁게 느껴지는 이 책임감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게 며칠이 걸릴지, 몇 달이 걸릴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금 내게 주어진 왕관은, 멋있다기보다 그저 무겁기만 하다. 리더라는 자리에 대한 보상은 아직 받지 못했는데, 책임만 먼저 가져가서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옛 말처럼, 이러한 책임은 리더라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이 업계는 책임만큼의 월급을 주는 곳은 아니다. 가끔은 내가 받는 월급으로 이 무게를 감당하는 게 타당한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현자타임처럼 번아웃처럼 찾아올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냥 해야지. 부담스럽다고 하기 싫다고 피해버리면, 언젠가는 이 책임을 지고 싶어도 맡을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나이가 더 들면 새로운 도전을 꺼리게 될지도 모르고, 모험보단 안정을 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는 쉬울 거라고 믿는다. 지금 당장 이 순간이 버거울 뿐, 언젠가는 이 무겁게 느껴지는 무게도 내 어깨에 자연스럽게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그저 버티면 된다.
시간이라는 파도가 나를 이끌어줄 때까지, 나는 발장구 치며 그 위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