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장의 첫 일주일

익숙해지는 중입니다.

by 엔조

점장의 역할, 이제 진짜 시작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점장으로서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월말이 되어 매장 내 재고조사를 진행했고,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부족한 재고는 무엇인지 파악하며 동시에 발주도 함께 진행했다.


매장이 워낙 한가한 곳이다 보니, 이전 점장이나 직원들이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해왔고 정해진 매뉴얼도 없었다. 인수인계도 반나절 정도로 짧았고, 이전 점장님이 부딪혀가며 정리해 둔 자료는 있었지만 대부분 메모 위주의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나도 아날로그 방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워낙 젊다 보니 워드 파일로 매뉴얼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겪으면서 만든 매뉴얼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또 대처가 어렵다. 예를 들면 이번 주, 아르바이트생이 현금 결제를 잘못 처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 매장은 현금 결제가 불가능한데, 카드 대신 현금을 받아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다음 날 무인입금기를 통해 현금을 입금하려 했지만, POS 번호, 계정, 비밀번호 등 아는 것이 없어 애를 먹었다. 이전 점장님과 백화점 파트리더님께 물어봐도 아는 이가 없었고, 결국 비밀번호가 너무 오래되어 변경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까지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덕분에 ‘이 매장에는 정말 매뉴얼이 없구나’라는 걸 다시 실감했다.


이런 새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건 매뉴얼에 추가하고, 불필요한 건 덜 어내며 하나씩 기본 틀을 잡아가고 있다.


컴플레인도, 결국 내 몫이다


지난 일요일, 한 아르바이트 친구가 고객 응대 미숙으로 인해 컴플레인이 발생했다. 해당 고객님은 월요일 점심시간대 매장을 찾아와, 서운했던 점과 직원의 미숙함에 대해 약 15분간 쏟아내듯 이야기하고 가셨다. 내가 직접적으로 잘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모든 책임이 내게로 오는 자리이기에, 앞으로 이런 일들에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바 채용,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다


6월 말까지 근무 예정인 직원이 있어 본사에 문의 후, 본사 명의로 알바몬에 공고를 등록했다. 무료로 등록하다 보니 게시 승인까지 24시간이 걸렸고,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딜레이 되었다. 이전 점장님께선 사람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미리미리 뽑으라고 했기에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하지만 다행히도 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대학생 친구들이 지원했고, 공고를 올린 지 2일 만에 첫 면접을 진행할 수 있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면접을 보던 내가 어느새 매장 관리자 입장에서 면접을 진행하게 된 게 감개무량하기도 했다.


면접, 사람을 뽑는다는 일의 무게


첫 면접자는 말도 조리 있게 잘하고 외모도 단정한, 첫인상이 좋았던 친구였다. 당장이라도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매장과의 거리 문제도 있고 기존 근무지에서 주말에만 근무하던 스케줄에서 평일까지 근무해 줄 수 없냐는 요청이 생겨 그 친구와는 결국은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다.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친구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워낙 좋게 보던 친구라 아쉬움이 컸다.


그 외의 면접자들도 각각의 장점이 있었다. 집이 가까운 학생, 얼굴이 순하고 서비스직에 잘 어울리는 친구, 일정이 유연한 휴학생 등. 특히 순한 인상의 친구가 마음에 들었지만, 방학중에도 일정이 촘촘해 함께 일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방학 중엔 억지로 스케줄을 짠다면 괜찮지만 학기 중에는 주말만 가능하다 보니, 매장 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서 결국 보류했다.


그나마 휴학 예정인 친구와 스케줄이 유연한 친구가 새롭게 지원하게 되어 유력한 후보로 남았고, 다음 주 월요일 마지막 면접자까지 본 후 빠르게 결정하려 한다. 사람을 뽑는 일도 이렇게 많은 고민과 선택이 필요하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점장의 하루는, 생각보다 바쁘다


이 외에도 백화점에 입점된 브랜드이기에 새롭게 부임한 매니저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백화점 출입증 발급, 동료사원 등록, 교육 신청 등 하나하나 챙겨야 할 것들이 줄을 섰다. 게다가 월말이라 서류까지 준비하느라, 매장은 조용했지만 점장으로서의 하루는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느낀다. 이 일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어떤 일이든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다 무겁고 어렵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를 피하지 않고 계속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라는 말이 내게도 어울릴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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