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거래기

우리 업체는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가방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by Boradbury

내가 구한 건 가방이었다. 생긴 건, 마치 붉은 서양 배 같고, 크기는 쫙 핀 내 손바닥만 한. 화가 났다. 어째서 남들은 멀쩡히 갖고 있는 그 가방을 나만 가지지 못한 걸까. 뭐, 정확히 말하자면 원래 가지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작년에 완전히 찢어져서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 처음부터 없던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욱 어떻게 해야 할지 매우 난감했다.

다른 가방 정보를 보내 드릴까요? 우리 업체는 당신에게 딱 어울리는 가방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내게 딱 어울리는 가방이라. 난 이미 그가 보낸 몇 개의 가방 정보를 거절했는데 이번에 받은 건 꽤 관심을 끌었기에인쇄까지 해서 검토하던 중이었다. 무엇보다 튼튼해야 한다. 가격은 상관없다. 13만 불에 몇 가지 옵션을 더해 15만 불 정도라면 가방의 가격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체에선 변호사를 붙여 이 거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법안에 대처해 주겠노라 약속했다. 당연하지. 어떠한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안 된다. 가방은 완벽해야 한다. 업체에 답변을 보냈다.

이번에 보내신 가방이 마음에 드네요. 진행해 주세요.

‘신중’이란 허울 좋은 이름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가방의 주인과 연결되고, 직접 만나 증명서를 확인하고 나서 드디어 난 그 안에 내 소중한 것을 넣었다. 그것이 아주 잘 보관되길 바라면서.

쫙 핀 내 손바닥만 했던 붉은 서양 배는 점점 커졌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방을 상상했다. 세 번의 계절이 바뀌고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수박만 해진 가방 안에서 내가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니 깔끔하게 마무리한 프로젝트처럼 마음이 뿌듯해졌다. 내 인생에 남길 뻔한 오점 하나가 드디어 사라지는 순간이다.

막 잠에 들려는데 휴대전화에 메일 알람 하나가 떴다. 무시하려다가 급한 회사 용무인가 싶어 어둠 속에서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화면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내 일그러져 가는 표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오늘 정밀 검사를 했는데 ‘불량’ 결과를 받았음을 알려 드립니다.

화가 났다. 가장 완벽한, 내게 딱 어울리는 가방을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불량’이라니. 그냥 바닥으로 휴대전화를 던져 버릴까 하다가 얼른 답장을 보냈다. 길지 않았다. 속히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되어서였다.

다운신드롬이라니. 기가 막히네요. 내 대리모에게 돈을 더 지불할 테니 아기를 당장 지우라고 하세요. 그리고 당신네 업체에서는 속히 나를 위해 또 다른 대리모를 찾아야 할 겁니다.

다시 침대에 누워서 평온히 잠을 청했다. 가방은 언제든 다른 걸 구하면 되고, 불량품은 버려 버리면 그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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