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01.
오는 4월 결혼한 지 만 18년만에 내 이름으로 등기된 집으로 처음 입주한다.
내게 집을 산다는 건 꼭 살고 싶은 동네에
살고 싶은 주거형태를 신중히 골라야 하는 일이었다.
그 외의 집은 그냥 편의와 형편에 따라 형태고, 크기고 적당하면 그 뿐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남편도 마찬가지였다.(사실 남편은 더 했다)
지금까지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했기에
내 '이상'은 그저 꿈이었고
우리 부부는 아이가 어릴 때는 도움 받을 수 있는 어른이 계신 곳 부근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곳은 지어진 지 20여년이 넘은 오래되고 구조도 그닥 맘에 안드는 아파트촌이었다.
무려 아이가 태어나고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기까지
우리는 어른이 계신 그곳 주변에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
우린 참 여기저기 많이도 옮겨다녔다.
이사를 많이 다녔다는 얘기다.
부부 둘 다 결혼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했는데
결혼이후 지금까지 우린 8번의 남의 집을 만났다.
짧게는 1년만 살았던 곳도 있을 정도로 옮겨다녔다.
사실 맹모삼천지교도 아니고 집 옮기는 운을 타고 난 건지
우리가 이사가면 집이 꼭 팔렸고
새 주인은 그 집에 들어오고 싶어했다.
자연히 전세계약기간인 2년에 한 번 꼴로 집을 옮겨다닌 셈이다.
가장 오래 살았던 곳이 4년 정도 살았다.
이렇게 얘기하면 다들 한 마디 한다.
'그 동네 그렇게 오래 사실 거였으면 차라리 그 동네에서 집을 사지 그러셨어요.'
요즘 누구나 다 부르짓는 집에 대한 재산 가치는 둘째치고
이사만 좀 덜 다녔어도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 수고가 절약되었겠나
사실 젊었을 때 우리는 이사를 참 쉽게 했는데
지금 나이가 들고 보니 이사다니느라 내가 골병이 든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
집과 관련해 운이 없었다고 얘기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집에 대해 참 무지했던 부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