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의 자존감

사회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이들은 어떻게 자신을 존중해야 할까

by 조조

자존감이라는 개념이 없을 땐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없었는데, 괜히 그런 속성이 부각되면서 자존감 낮은 것 같다는 생각을 예전에 했었다.

요즘은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런 개념이 없어도 어쨌든 자신을 사랑하기 어렵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은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여전히 그게 개인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낮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적 약자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백인보다 흑인이 자존감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자신을 존중하는 감정이 적은 것은, 사회로부터 그만큼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백인 남성 비장애인은 어디 가서 무슨 사고를 아무리 많이 치고 다녀도 그다음 기회가 있지만, 소수자는 어쩌면 한 번의 실수로 다시는 그 어떤 기회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에게 더 엄격해지고, 자신을 사랑하기보다 타인에게 저평가될 수 있는 자신의 속성을 비관하게 된다. 평가받는 자리에 서있는 인간이 높은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을 리 없다.

소수자를 평가하면서 유지되는 기득권의 자존감 역시 건강한 자존감은 아닐 거다. 그들은 약자를 평가함으로써 자신의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고, 약자들이 권리를 회복하면, 자신들도 평가를 받는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회적 장벽을 더 공고히 하려고 한다. 상대를 찍어 눌러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든 오고야 말 평등한 사회에 대한 반감과 두려움을 수반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자존감이란 뭘까. 그건 어떻게 만드는 걸까. 사회가 잘못했으니 사회를 뜯어고쳐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은 개인 단위에서 늘 저항으로 나타난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존중받지 못할 때, 그게 잘못되었다고, 나에게도 저 사람만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사회가 나를 무시한다고 해서 내가 그걸 받아들이진 않을 거라는 것,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폭력에 잠깐은 무감할지언정 순종하진 않을 거라는 것, 당신들의 모욕을 내가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를 말로 내뱉으며 느끼는 적어도 나 자신을 보호하려 애쓴다는 감각. 그런 것들이 소수자가 가질 수 있는 건강한 자존감일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너덜너덜하다고 해도 나약하지는 않은 그런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