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이 종식되면 그 많은 개는 어디로 갈까?

by 조조

성공회대와 동물자유연대가 함께 진행하는 동물권 수업 '동물 아카데미' 수업에서, 나는 처음으로 도축장을 떠난 동물의 삶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도축장을 벗어난 동물들이 생추어리(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동물들이 최대한 자신의 자연스러운 본성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운영되는 동물 보호 시설)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접하며 '살려냄' 이후에 존재할 '살아감'의 모습을 보았다. 개 식용 종식은 반가운 일이다. 개를 살려내는 일이니까. 그러나 그 이후의 개는 어떻게 살아갈지 우리의 상상과 논의는 너무도 빈약하다.


정부는 개 식용 종식을 앞두고 '개 농장' 운영자들에게 마리당 60만 원의 폐업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생계가 법에 의해 단절되는 만큼 당연한 보상이다. 그런데, 그 농장에 있던 개들에게는 어떤 지원이 있을까? 물론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고, 현재 정책으로는 시장 자체를 종식하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어찌 됐든 우리나라에서 개를 먹는 일은 이제 곧 끝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개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개는 약 46만 6천 마리다. 이 많은 개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농장이 폐업하면 이 개들은 지자체 소유가 된다. 지자체는 안락사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현재 보호소는 이미 포화 상태이고, 결국 일부 개들은 또 다른 개 농장으로 옮겨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고기'로 살아갈 때 한 칸을 내어주던 자리를 벗어나게 된 개에게는 이제 네 발 딛고 나아갈 자리가 필요하다. 구해낸 개들을 살아가게 할 계획이 없다면 개들은 또다시 좁은 철창 속에서 감염과 질병에 노출된 채 방치될 것이다. 사람은 죽이는 것은 끔찍하다 여기면서 고통 속에서 죽어가게 두는 것에 무심하다. 고통 속에 방치되는 생명 앞에서 죄책감을 느낄 염치가 있었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훨씬 더 진지하게 다뤘을 것이다.


지금처럼 농장주 생계와 시민 여론 사이에서만 논의가 오가면, 정작 개들에 관해서는 아무 대책 없이 개 식용 종식의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사람은 그날을 시대의 승리로 느끼고, 또 어떤 이는 패배처럼 느끼겠지만, 개에게는 그게 무슨 의미일까.


게으름을 피울 시간이 없다. 야만의 종식을 위해선 개들이 살아갈 자리를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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