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먹는 꿈을 꾸고

by 김건숙

탈의실에서 간편복으로 갈아입고 간이침대에 누웠다. 지압사는 엎드려 누우라고 했다. 그리고 내 몸을 살핀 듯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선천적으로 폐와 신장이 안 좋아요."


"그래요? 그래서 산에 가면 산멀미를 했을까요? 처음 산에 다닐 때는 속이 울렁거리고 숨이 찼어요. 3개월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그고 신장이 안 좋아 화장실 자주 다니는 걸까요? 잘 붓고... "

지압사가 말할 때마다 나는 고해성사 하듯 내 몸 상태에 대해서 줄줄이 풀어놓았다. 특별히 폐와 신장이 나쁘다고 느끼지는 못했지만 위의 증상들이 있기는 하다.


지압사는 말을 이어 갔다.

"넷째 발가락이 휘었어요. 이것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거예요.(그런데 이것은 어디가 안 좋다고 했던가. 인터넷에서는 고관절 질환의 의심된다고 나온다.)

건강식품 많이 먹어서 등은 울퉁불퉁 하고요."

"그래요? 그걸 어떻게 아시나요? 살이 쪄서 그런 것 아닌가요? 그리고 건강식품은 먹어줘야 하지 않나요? 장을 위해서는 유산균 먹어야 하고, 눈이 나빠지니 루테인 먹고, 면역력 키우기 위해 마누카 꿀도 먹고, 프로폴리스로 먹어줘야 하고, 갱년기 장애로 열감 있어서 달맞이유도 먹고, 홍삼 엑기스도 먹고, 크릴 오일, 비타민D, 수퍼요오드도 먹고 있는데…… 어떤 의사 부부는 아침에 영양제를 26알 먹던걸요."

"그리 많이 먹으면 간이 버텨낼 수 있나요? 건강 챙긴다고 많은 걸 먹다가 오히려 건강 해쳐요. 내가 식품 판매를 오래 했는데, 하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끊는 게 좋아요. "



내가 먹는 영양제와 건강 식품

한 대학병원에서 순환기 내과 교수로 있는 남편 친구를 만났을 때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간이 안 좋아 내원한 환자가 있었는데 양배추즙을 많이 먹은 환자였다고 한다. 즙 한 봉지 내려면 아주 많은 양배추가 들어갈 텐데 그걸 희석하려면 간이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 들을 때는 즙 종류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영양제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대부분 영양제와 건강식품을 아침에 한꺼번에 먹으니 간에 부담 되기도 하겠다.

신기한 건 그 날 영양제 먹는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꿈을 많이 꾸는 사람이지만 영양제 먹는 꿈은 처음이었다. 리고 지압사에게 영양제 이야기를 들었다.


지압원이 있는 2층은 오른쪽부터 미용실, 지압원, 치과, 좌훈원이 있다. 이 날 그 건물에 간 것은 좌훈원에 가기 위해서였고, 8번째 가는 날이었다. 석회성 건염으로 어깨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개똥쑥 효소를 온몸에 덮고 찜질하는 그림이 창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왜 그 동안 한 번도 못 봤을까? 아니 지압원 바로 오른쪽에 있는 미용실에도 한 동안 다녔었는데 그 때는 왜 못 봤지 의문이다. 지압원이 생긴지 8년이나 되었다는 데 말이다.


이 날은 계단으로 올라가자마자 벽에 씌어 있는 홍보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것으로는 무엇 하는 곳인지 뚜렷한 정체성이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씌어 있었다.


건강관리 내용

만성피로 만성두통으로 고생하시는 분

손발이 차고 저리며 혈액순환이 안 되시는 분

다리가 저리고 쥐가 나며 담이 자주 걸리는 분

만성체증으로 무기력함을 호소하시 분

스트레스로 인한 기혈순환 장애로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분들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물어나 보고 가려고 들어갔다. 안에는 한 아주머니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줌마들은 종종 한 사람이 말을 꺼내면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도 말을 섞어 바로 바로 공동체를 만든다. 주인장으로 보이는 분에게 무엇을 하는지 물었는데, 주인이 아닌 그 아주머니가 지압을 아주 잘 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아주머니는 그 때 막 끝난 참이었다. 나도 지압을 다니는 곳이 있고 의리를 버릴 수 없으니, 그 곳도 잘 한다, 어쩌구저쩌구 했더니 주인은 단호하게 그렇다면 그곳으로 가라 했다. ‘아, 이건 자신이 있을 때 하는 말인데!’

그런데 아주머니가 한 번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왠지 그 아주머니 낯이 익다 했더니, 종종 옷 사러 가는 가게에 놀러와 있던 분이었다. 마침 지압사에게는 한 시간 여유가 있다 하고, 아주머니의 강한 권유도 있어 못 이기는 척 한번 받아보기로 했다.





지압은 받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어 있다. 한 사람은 몸을 맡기고, 또 한 사람은 맡긴 몸을 만지면서 해야 하는 일이니 침묵 속에서 하기는 어려운 일일 터, 몸을 맡기는 쪽인 나로서는 자연스레 내 몸에 대해서도 털어놓는다. 원래 내 성격이 그렇기도 하거니와 알려줘야 효과도 더 볼 수 있을 것이기에 숨길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다니던 곳의 지압사는 손님 몸 상태에 따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지만 같은 돈을 받는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갖은 정성으로 해 주는데 늘 머리에서 발로 내려오는 수순이었다. 그런데 이 지압사는 가장 덜 아픈 곳에서 시작하여 가장 많이 아픈 곳을 마지막으로 했다.

말투로 보아 경상도 분인가 했는데 연변에서 온 조선족 아주머니였다. 같은 여성이어서 편했고, 이야기도 잘 통하는 면이 있었다. 내가 요즘 석회성 건염으로 질이 떨어진 일상을 살고 있는데, 이 분은 20대에 경험했다 한다. 이 삼십 대에 수술도 세 가지인가 했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아 지압으로 고치고 자신도 공부를 했다고 한다. 지압 자격증을 중국에서 땄고, 몸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지압사 말로는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하고, 내 몸을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된다고 했다. 백 번 맞는 말씀이다. 지압사가 혈을 찾아 누를 때는 너무 아파 신음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손을 때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시간도 더 짧고 가격도 더 높았지만 이제 중림소원으로 다니게 될 예감이었다. 전에 다니던 곳도 잘 하지만 코로나19로 못 가게 된지 4개월이 되었다. 이 곳은 집에서 가깝다는 큰 이점이 있다. 좌훈원 옆이라 지압 하고 바로 그곳으로 가면 되니 인연은 편리성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날 꾼 영양제 먹는 꿈과 지압원은 우연인가 필연인가? 지압사를 말대로 운명일까? 지압사는 그것이 인연이 되려고 그런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어깨 통증을 고칠 수 있는 예지몽일까? 꿈 풀이를 검색해보니 예기치 못한 곳에서의 지인에게 좋은 영향을 받거나 좋은 기회를 얻는 등 좋은 기운이나 좋은 일이 반복되는 꿈이라고 나와 있엇다. 며칠 전, 일반 홍시의 네 배나 되는 홍시를 잔뜩 사는 꿈도 꾸고, 냉이 캐는 꿈도 꾸었다 이 꿈들 해몽도 비슷하다. 좋은 기운이 내게 오려는 것일까?

그나저나 내가 약해졌나, 아니면 한가해져서 그런가. 꿈에 집착을 다 하게.




코로나19로 집콕 생활 하면서 '오후 세 시'의 시간이 내게 가장 자유롭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대기 때문이다. 그래서 5월부터 무엇을 했는지 기록해 나가고 있다. 새롭게 바뀐 내 일상이 나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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