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춤을 춘다, 활짝 웃는다

딸 초등 6년~중1 때 함께 쓴 교환일기(2008~2010년)

by 김건숙


사랑하는 유민아

우리의 ‘종이 테이트,’ ‘글 데이트’, ‘마음 데이트’, ‘은밀한 데이트’, 참 즐겁다, 그렇지 않니? 이렇게 편지를 쓰는 순간 마음이 하늘 위에 둥둥 뜨는 것 같구나. 이 시간이 너무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이라 여겨져. 유민이는 어떤 기분이니?

피천득 님의 <이 순간>이라는 시처럼 화려한 순간이라고도 느껴지는구나. 엄마의 마음을 유민이에게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글씨가 있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손이 있어 연필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뇌가 있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건강해서 이렇게 앉아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단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유민이가 있기에 더욱 행복하단다.

어제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온 할머니가 영어 공부하시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어.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셨지. 아무리 재능이 있는 사람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썩어버리고 말아. 하지만 좀 부족하더라도 갈고닦는다면 이뤄낼 수 있단다.

우리 유민이도 뭔가 목표를 가지고 성취해내는 기쁨을 맛보았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유민이가 부러워! 그렇지만 엄마도 꿈을 꿀 거야. 살아 있는 한 절대 꿈을 잃을 수는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엄마 꿈은 언젠가 책을 써내는 것이고 시도 쓰고, 판소리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야. 이런 꿈들을 가지고 있으니 참 행복해.

그러고 보니 엄마에겐 행복한 일이 참 많네. 행복하다고 하니 더 행복해지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보는데 ‘행복’이라는 글자가 활짝 웃는 것 같아. 아니 ‘활짝’이라는 글자도 따라 웃네. 아니야, ‘웃고’라는 말, ‘따라’라는 말, ‘있네’라는 말, 모두 모두 웃고 있어. 참 신기하구나. 모든 글자가 춤을 추며 웃는 것 같아.

유민아, 정말 엄마 마음이 벅차고 기쁘구나. 유민이와 글을 주고받으며 얻게 되는 마법 같은 일이야.

글이 춤을 춘다.

글이 활짝 웃는다.

이 세상도 따라 웃는구나!


유민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 MarCuesBo, 출처 Pixabay


알라뷰 쏘 머취 마미에게

엄마잉~ 15주년 결혼기념일 축하합니다. 아, 케이크 먹고 싶다. 죄송해요

그런데 우리 이거 더 두꺼워지면 책으로 내도 되겠다. 그렇죠? 그 책은 전국 곳곳에 알려질 거예요(상상).

마미, 우리 팀 너무 힘들죠? 장**이 따끔하게 혼내 주세요. 그러면 그 아이 별로 안 떠들 거예요. 저도 이제 조금 자제할게요. 하지만 엄마 맘 조금은 이해해요.

그런데 오늘은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라 즐겁게 보내야겠어요. 아빠 일찍 들어오신대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요즘 엄마가 판소리 많이 하잖아요. 제가 봐도 엄마는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목청이 터지도록.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니 아빠한테 판소리 불러주세요. 저도 재미있게 볼게요.

엄마, 정말 사랑해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마미를 알라뷰 쏘 머치하는 유민 올림




이날 쓴 편지에는, 제 꿈이 책을 펴내는 것이라고도 씌어 있는데 9년 후에 정말로 첫 책을 출간했고, 현재 3권까지 냈습니다. 이번에 이 글을 읽으며 그 때도 여전히 출간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꿈을 버리지 않는다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제 자신에게 알려주는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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