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이가 물고기 물도 알아서 갈아주고, 식초도 잘 챙겨 먹는 걸 보니 엄마 마음이 든든해지는구나. 유민이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잘했잖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어.
그런 것이 공부 잘하는 것보다 열 배, 백 배는 낫단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지혜롭게 일을 처리해 간다는 건 너무도 중요하지. 엄마 머릿속엔 유민이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일을 지혜롭게 당당하게 해 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단다. 지금처럼 해 나가면 그건 당연한 일이지.
어른들 마음속에도 어린아이가 있다는 것을 정신분석학자의 강의에서 들었어. 그래서 화도 내고, 열등감도 있고, 시기와 질투를 하고, 의심도 하고, 잘난 척을 하게 된다고 말이야. 어릴 때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면 그런다는구나.
엄마도 종종 마음속에 있는 아이가 툭툭 튀어나오는 것 같아.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말이야. 그리고 엄마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서 상처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도 ‘겸손’이라고 생각해. 정신분석학(심리학)은 참 흥미로운 분야야.
유민아, 우리는 모두 완전한 인간이 될 수는 없지만 거기에 가까워질 수는 있다고 생각해. 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에 우리는 많은 상처를 주기 쉽지. 그래서 많은 노력이 필요해. 상대방이 먼저 그러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따스하게 대해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유민이는 마음이 따뜻한 어린이니까 언니랑 친하게 지냈으면 해.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두 딸이 서로 웃어주고 좋은 말로 감싸주는 사이좋은 자매가 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란다. 그래야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하단다. 꼬마 요정아 알았지?
오늘은 엄마가 수업을 4팀이나 하는 힘겨운 날이겠지만 우리 딸들 생각하면서 힘을 낼게. 그럼 유민이도 오늘 할 일 알아서 잘할 거라 생각하며 일하러 나갈게. 중간에 엄마가 전화할게.
♥하는 엄마께♥
엄마, 편지 진짜 오랜만이다.
오늘 수업 4팀이라 진짜 힘들겠어요. 오늘 세상에 이런 일이도 같이 못 보고……. 같이 볼 때가 난 좋았는데……. 우릴 생각해서라도 힘내세요.
오늘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있어요. 좋은 소식부터 들으실래요? 저 오늘 선생님이 글짓기 ‘미래 사회’ 잘 썼다고 칭찬하셨어요. 다른 애들은 그냥 단순하게 미래 사회에 대해서 썼는데, 저는 ‘미래에 사는 사람’이라고 써서 그런가 봐요.
나쁜 소식은, 영어 5개밖에 못 맞았다는 거예요. 영어공부 진짜 열심히 해야 하나 봐요. 그래서 전체를 4번씩이나 써야 돼요. 4번씩이나. 흑, 내일 영어 들어서 빨리 써야 해요. 하기 싫다. 귀차니즘. 오늘 까꿍이 점 빼러 가는데 병원 같이 가면 좋겠다. 아, 맞다. 오늘 공부방 쉬지? 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