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는 서점

딸 초등 6년~중1 때 함께 쓴 교환일기(2008~2010년)

by 김건숙

사랑하는 유민아

엄마는 지금 중앙하이츠빌 건물에 있는 ‘대동서적’에 와 있어. 너희들이 학교에 가고 난 뒤 시간을 잘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밥도 일찍 먹고, 할 일 다 마치고 집을 나섰단다.

《컴퓨터 의사 안철수》, 《네 꿈에 미쳐라》와 베껴 쓸 《태백산맥》 그리고 이렇게 예쁜 편지지를 샀어. 우리 딸들에게 편지를 쓰려고 말이야.

개천에 피어 있는 꽃들도 보고, 운동도 하려고 일부러 걸어서 왔어. 예쁜 풀들이 숲처럼 서 있는 곳을 볼 때는 왠지 그 안에 《정글북》의 ‘모글리’가 원숭이와 늑대들과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 다른 동물들도 그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은 상상이 됐어.

서점에 왔을 때가 10시 40분경이었는데 손님이 없어 조용하구나. 아무도 없는 서점에서 엄마만의 시간을 가지니 너무 행복해. 이것은 엄마가 엄마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야. 엄마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행복하게 해 주자고 마음먹은 행동들이지. 이

그리고 책 속의 안철수 님을 만난 것도 참 기쁜 일이었어(이 때는 정계에 나가기 전이었음). 안철수 님은 빌 게이츠와 비슷한 점이 많아. 둘 다 컴퓨터를 좋아했지. 빌 게이츠는 그 유명한 하버드 법대를 다니다가 컴퓨터 회사를 차린다고 중퇴했잖아. 안철수 님은 우리나라에서 최고고 손꼽히는 서울대 의대를 다녔지만 컴퓨터 회사인 ‘안철수연구소’를 차렸어. 둘 다 자신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었어.

참, 안철수 님과 유민이에게도 공통점이 있단다. 안철수 님은 아주 내성적이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긴장을 많이 하고 얼굴도 붉어진대. 그래서 유민이처럼 손에 땀이 많이 나서 악수할 때는 손을 옷에 쓰윽 문지르고 내민대. 재밌지?

그런데 모든 것은 다 마음먹기에 바뀔 수 있어. 유민이도 스스로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라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보렴. 엄마도 예전에 수줍음 많은 아이였는데 그렇게 해서 이리 활발해졌어. 그래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 가르치고, 그 학생들 부모님들을 만나는 모임도 하고 있잖아.

유민아, 주말 행복하게 보내지꾸나.





© haticehuma, 출처 Unsplash


♥하는 마미께

엄마, 편지 잘 받았어요. 엄마만의 여가 시간을 가지셨다니 행복하셨겠네요. 나도 한번 나의 취미생활을 가져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조금 있으면 시험이다. 아, 싫다. 하지만 단기 방학을 생각하니 좋아요.

거리극 축제 보고 싶다. 르카프장 근천에 있어요. 오늘 우리 아울렛 갈 때 거리극 축제 보러 가요.

그런데 언니 평균 90점 넘었다면서요? 추카추카. 저도 90점이 넘겠지요? 제발 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사회책을 봐야겠죠?

엄마, 오늘은 재밌는 하루가 되겠군요. 정말 정말 제가 존경하는 마미, 알라뷰. 사랑해요.

조금밖에 못 써서 죄송해요. 이해해 주세요.


사랑하는 유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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