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내내 엄마가 유민이에게 따스하게 대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잠깐 졸았다 깨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기분도 좋아졌어. 아까는 피로가 쌓여서 그냥 짜증이 났던 게야. 아직 엄마 마음이 수양이 덜 되어서 몸이 피곤하면 표정과 말투가 곱지 못한 것 같구나. 얼마가 반성하고 앞으로는 노력해보도록 할게.
어떤 일이든지 문제가 있다면 해결 방법도 있다는 것, 유민이도 알지? 엄마가 몸도 피곤했지만 한편으론 워드 작업할 게 쌓여 있으니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어. 그런데 조금은 편할 방법을 생각해냈단다. 모든 모둠의 것을 다 작업하지는 않기로 말이야. 3명이거나, 결석이 많아 양이 적은 모둠의 것은 독서논술 부분만 하겠다고 말이야. 그랬더니 교재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어.
엄마가 조금 전에 한겨레신문에 실린 이런저런 글을 보니 힘이 솟더구나. 안도현 시인의 ‘시와 연애하는 법’을 읽을 때는 시를 쓰고 싶다는 욕구가 튀어 오르고, 책 소개하는 란에서 ‘맹자’에 대한 글을 볼 때는 엄마도 엄마 자신을 더욱 숭고하게 생각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지. 그러자 마음이 화악 열리는 것 같았어. 역시 글은 엄마에게 ‘음악’이고 ‘휴식’이며 ‘잔디밭에 누워 하늘을 보는 것’이야.
유민이가 엄마에게 그랬지? “엄마는 세상일에는 관심이 없는데 유식한 것에는 관심이 많다.”라고 말이야. 그래, 엄마는 지적인 것에는 너무 많은 호기심이 발동하는구나. 새로운 걸 알면 가슴이 뛸 정도로 기쁘고, 실천해보고도 싶고 배우고도 싶은 걸. 그런 걸 보면 엄마는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 십 대라는 걸 확신해.
유민아, 수련회 가는 것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좋은 결과만 떠올려 봐. 공부를 안 하니 좋고, 친구들과 같이 자서 좋고, 좋은 공기도 마시니 좋다고 말이야. 좋은 추억 많이 쌓고 오렴. 그깟 멀미는 약이 있으니 해결될 거야.
그리고 유민아, 엄마에게 편지 쓸 때, 글씨를 너무 갈겨쓰면 유민이의 어지럽고 급한 마음이 전해져 와서 편지를 읽는 즐거움이 줄어드는구나. 조금만 정성 들여서 엄마가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