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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Jun 29. 2017

마이클 잭슨 투어 'This Is It'

영화 이야기



춤의 귀재 마이클 잭슨 공연, 정식 명칭 'This Is It'. 두 해에 걸쳐 50일 예정으로 기획된 이 공연 투어는 갑작스러운 그의 사망으로 인해 취소되었지만, 전 석 매진되었던 첫 번째 공연 티켓 구매자들은 공연 티켓을 취소하지 않고 유품으로 소장했다는 후설이다.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타이틀 또한 흡족하다. 그의 춤을 큰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면서 관객은 또 다른 시선을 훔쳐 온다. 


두 발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사해 '문워크' 스텝을 자신의 춤으로 만든 마이클 잭슨이지만 그는 다리로, 발로 춤추지 않고 심장에 기본을 두고 단전의 호흡으로 춤을 추는 뮤지션이다. 그의 음악성과 춤에 대해서만큼은 유난을 떨며 과장을 더 해 표현하게 된다. 문워크 이후 획기적인 '린댄스' 등 그의 발동작 하나하나, 손을 두는 위치, 시선의 도발을 따라가다 보면 '눈썹 끝으로도 춤을 추는 마이클 잭슨' 그렇게 찬사하고 싶다. 그의 절제된 호흡과 간결한 춤 동작에 줄곧 시선을 빼앗긴다.


섬세한 성향의 그는 인간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한다. 사망 며칠 전까지의 리허설과 인터뷰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 형식의 미공개 영상에서 우리가 가늠하지 못한 사적인 심리를 들여다보니 더욱 그렇다. 춤과 음악과 스캔들의 시선으로만 보였던 마이클 잭슨의 인간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 영화를 관람한 이후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졌다면 어떨까.


그의 남다른 표현력을 가져와 본다. 리허설 무대에서 댄서들에게 말하기를 "달빛에 몸이 젖듯이 천천히" 동작해달라고 하거나, 키보드 주자에게 "아침에 겨우 일어나는 듯이" 음을 시작해 달라고 제시한다. 매우 부드럽고 섬세한 목소리로 "잔소리하려는 게 아니야 잘해 보자는 거지." 전달되는 음의 강도가 너무 크자 그는 또 이렇게 부탁한다. "소리가 너무 커서 주먹을 귀에 쑤셔 박는 듯한 느낌이다."


모든 스텝과 이야기할 때 놀랍게도 그는 이런 표현들을 쓴다. 예민하게 진행되는 리허설 현장에서 마이클 잭슨은 음악 파트와 댄서들에게 다양한 주문을 부드럽게, 그러나 타당하게 요구한다. 모든 악기가 치고 들어오거나 빠지는 부분에 대해 모든 것을 주관하지만 결코 군림하지 않는 연주자로 움직인다. 그의 면밀한 모습에 적잖이 놀라지만 또 다른 오디션 현장에서 그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확하게 말한다, "제아무리 몸이 섹시하고, 가창력 있고, 춤을 잘 춘다 해도 카리스마가 없으면 안 됩니다." 그의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그것이 공연자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무대라는 장소는 시선과 재능과 매력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계산된 공간이다.


미루어 두었던 박수를 그에게 다시 보냈다. 그의 일생과 예술성에 눈물 한 방울이 시야를 가려 스크린 영상이 뭉글뭉글 뭉개져 보이는 사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생을 되짚어 보니 그의 나이 불과 50세였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해지고 만다.




2009. 10. 29. 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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