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무리 나비가 피었구나
이른 아침 활짝 핀 모습 반가워 풀밭에 들어서니 이내 젖어버리는 발목. 그 아래로 닭의장풀 달개비는 무수한 마디를 타고 서로 손잡으며 마디마디 피어오른다, 장대같이 길고 크게.
두 손을 모은 듯 다소곳한 꽃술 모양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다소 위협적인 자태를 취하기도 해 대단한 위상이라며 감탄하는 순간, 두 개의 파란 꽃잎 아래 상징처럼 여리디여린 말간 꽃 조각을 숨겨 두었네. 꽃이 아니라 나비의 무리, 나비가 피었구나.
멀리 어디
청람 빛 퍼지는 소리
말간 꽃 조각 미끄럼 타고
너울너울 춤추는 꽃술의 유희
달그락 사그락 달개비꽃 피는 소리
붉은 태양이 자취를 감출 즈음 일찍 잠들어 버려 석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다 강물 위로 상심하며 떨어져도 보다 도탑게 손 마주 잡으며 키가 자라, 물줄기 저 먼 곳으로부터 멀리 더 멀리 뻗어내리는 이름조차 정겨운 당신 유년의 기억 끝에 마주하는 풀꽃 달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