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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Jan 21. 2019

진양조(거문고 산조춤)

봄밤의 흥취에 흠뻑 젖어



기다림이다

그리움이다, 툭

울려놓고 응시하는

견고한 첫 호흡


스치듯 비껴가는 

담담한 버선코

다음을 기약 말자

더 나가지 못하고 

멈추어 그 자리에


간격을 두고 맺히는

거문고의 공명, 차마

떨어지는 꽃잎조차 알아챌까

더딘 디딤새


나지막이 이는 바람

한 호흡 멎고 간다

접어 둔 시선 따라

두 호흡 풀며 간다


눈발 펄펄 날리듯 

휘모리에 당도하겠지만

봄밤의 흥취에 흠뻑 젖어

깨어나고 싶지 않은 

진양이다!




#시작 노트

가락중에도 특히 마음에 두는 가락이 있으니, 머물 듯하면서 이어지며 여운을 남기는 진양이나 굿거리장단이다. 소리의 공명 중에서도 가장 느린 진양이 어찌 그리 마음에 오래 남는지. 레게 음악과 더불어 랩을 좋아하면서도 상반되게 진양조에 마음이 간다. 정적만 남은 깊은 밤, 고고한 여운을 남기는 사뭇 다른 울림의 묘미에 매료되고 마는 거문고 산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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