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불이 다 꺼졌습니다
비가 멈추길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립니다
비가 게릴라 성으로 쏟아져
우산을 펴고 저마다 자리를 뜨고
나도 발길을 옮기며
잠시 하늘을 보았을 뿐
한적한 거리로 나섰던 거야
휘몰아치는 안개 속을
걸어갔습니다
세상의 불이 다 꺼졌더군요
구름이 산을 내려오는 중
나도 비에 젖어서
땅속을 파고듭니다
공허하지도 가볍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구름과 꽃과 비가
나를 따라왔던 거야
고요 속 가득히
소란스럽게 널브러지는
꽃! 꽃!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