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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Mar 23. 2016

은수저가 놓인 풍경

바삐 걷는 사람들의 발소리 멀리 사라지고



생각이 많은 날은
밖으로 나가질 않았어요
조금 전 온기는 실상이 아니므로
공존하는 기류는 세부적이 아님을 인식하세요
햇빛이 서성댔다 오후 반나절을
구름 속에서 빛나는 듯했지만 이내
빛을 잃은 달은 제 갈 길을 서둘러 갈 뿐
바삐 걷는 사람들의 발소리 멀리 사라지고 컹컹
개 짖는 소리만 마른기침처럼 울리는 밤
가까워지는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골목들의 귀
상영 중인 영화관이나
늦은 귀갓길 도착한 현관에서는
눈을 크게 뜰 필요가 없었으므로 귀를
곧추세울 일이 없었으므로
불행하게도 이 이야기는
실종이 있고 난 후 시작되는 이야기이므로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으므로
오후 2시의 민방위 훈련 사이렌이 울리고
집주인은 집을 떠난 지 오랜데
그 후로도 오랫동안
식탁 위 조명등이 밝아질 때
나란히 누워 있는 당신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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