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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Jul 18. 2016

분꽃 / 유리안

오후를 알리는 꽃



분꽃이 활짝 피면

그때가 바로 오후죠


여름 한창 익어

계절이 분주해도

늦잠에 푹 빠져 있는 꽃


해가 조금 기운

늦은 오후나 되어 부스스 눈을 떠

노란 하얀 분홍 환하게 진동하며

날 저문 길 밝히는

이름에서도 분 냄새가 나는 꽃


옹기종기 모여 앉아 두런두런

세상 어찌 돌아가든 

말든

개의치 않고, 나는

오후에 피는 꽃





#시작 노트

여름이 한창 익었다 내륙 곳곳에 폭염 주의보가 발령되고 뜨거운 한낮의 태양에도 모든 꽃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제 각각 소리 내고 있는데 해가 중천에 떠도 일어나지 않은 게으른 꽃이 있다


어라, 이 무슨 배짱이란 말인가 밤새 피어 새벽녘 지나 이른 아침까지 피어 있다가 꾸벅, 잠이 들었나 보다

해가 사그라들고 반쯤 기운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하품하며 기지개를 켜는 꽃


당신의 새벽 출근길, 밤늦은 귀갓길에 방긋 피어있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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