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풍경
겨울 선자령은 굽이굽이 하얀 눈밭이다.
마치 겨울 세찬 바람이 산을 어르고 능선을 어르는 것처럼 온통 눈의 융단이다.
거기에 사람의 무리라도 가세를 하면 긴 행렬이 착하게 이루어진다.
풍력발전기 아래 어느 곳은 정오의 햇살이 적막하게 내리쬔다.
나를 미치게 하는 건 겨울 그림자의 저 정적.
바람이 만들어낸 고운 결이 눈 위에 층층이, 미세하게 겹겹이 그려져 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바람의 세밀화.
어떤 동물의 발자국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가슴 쨍하게 미동도 없이 서 있는 겨울 정물.
풍속과 전력을 조절하는 풍력발전기의 매끈하게 빠진 하얀 날개를 올려다보는 순간
리처드 바크 작품 '갈매기의 꿈'의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을 떠올리며
풍력기가 자칫 갈매기 같다는 착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