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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Dec 29. 2016

선자령, 겨울 고개 넘어

60초 풍경


겨울 선자령은 굽이굽이 하얀 눈밭이다.

마치 겨울 세찬 바람이 산을 어르고 능선을 어르는 것처럼 온통 눈의 융단이다.


거기에 사람의 무리라도 가세를 하면 긴 행렬이 착하게 이루어진다.

풍력발전기 아래 어느 곳은 정오의 햇살이 적막하게 내리쬔다.





나를 미치게 하는 건 겨울 그림자의 저 정적.

바람이 만들어낸 고운 결이 눈 위에 층층이, 미세하게 겹겹이 그려져 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바람의 세밀화.



어떤 동물의 발자국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가슴 쨍하게 미동도 없이 서 있는 겨울 정물.



풍속과 전력을 조절하는 풍력발전기의 매끈하게 빠진 하얀 날개를 올려다보는 순간

리처드 바크 작품 '갈매기의 꿈'의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을 떠올리며

풍력기가 자칫 갈매기 같다는 착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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