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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Feb 28. 2017

싱글라이더, 당신의 고독은 안전한가

배우 이병헌과 함께 걷는 당신의 오늘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당신의 '고독'은 안녕한가?


잊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에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많은 안전장치가 있다는 걸 당신은 알까. 가족이라는 안전장치, 부모라는 울타리, 회사가 제공하는 조직성. 영화 '싱글라이더'는 온 힘을 다해 현재를 사는 당신에게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배우 이병헌과 함께 걷는 이 시점의 뒤 돌아보기라면 또 어떨까, 잘 견디고 있는 주인공의 등 그림자가 바로 당신의 뒷모습일 수도 있다면. 오늘도 회사 책상 앞에서, 편의점이나 지하 창고에서 자신의 시간을 풀어내고 있을 당신을 위한 영화.


생활은 현대인에게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같은 날의 연속이다. 개운하지 않게 눈을 떠 출근 준비를 하고 퇴근 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쫑긋 귀를 세웠다가 잠자리에 든다. 다시 아침이 시작되고 입 안 가득 치약 거품을 일으키며 바쁜 하루의 시작을 맞이한다.


회사와 가족, 세상을 믿고 주인공 강재훈은 참 열심히 살아 낸 듯싶다. 아내와 어린 아들을 타국으로 보낸 주인공이 호주의 주택가를 뚜벅뚜벅 걷는다. 어느새 주인공에 동요돼 관객도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자신이 살아온 지난 시간이 아이로니컬하게 그가 걷는 길의 반대편 시간을 향해 영화 장면처럼 교차한다.


큰 감정을 내보이지 않으며 배우 공효진은 남편을 한국에 두고 아들과 함께 지내는 아내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막연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재능조차 잊고 지내다 관현악단 오디션을 보러 가는 아내 수진,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와서 2년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한국인 무리에게 모두 빼앗긴 지나, 가족만을 생각하며 회사의 테두리 안에서 심지  굳게 살아온 강재훈. 이들 모두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너무 좋은 거래에는 항상 거짓이 있죠." "그냥 나 자신을 견디고 있습니다."라는 대사와 함께 영화가 주는 울림은 예상치 않게 크지만 우리의 자화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 것도 같다. 오늘 밤 '싱글라이더'를 본 당신과 나는 내일도 어제의 일터에 나와 앉아 있을 테니까.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미세한 비음이 섞인 이병헌의 음성으로 주인공 재훈은 장염에 걸린 아이에게 "아들, 괜찮아?"하고 말을 건넨다. 주인공 강재훈과 걷는 오늘은 함께 울어도 괜찮다. 씁쓸한 현실을 실감하며 잔잔한 예감을 제시한다, 기척도 없이 조용히 책상 의자에 홀로 앉은 강재훈의 마지막 뒷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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