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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모아젤 Jan 29. 2019

이별에도 마침표가 필요해 #1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을 끊었다.

'그러니까, 갑자기 연락이 없다는 말이야?'


헤어지자는 말도,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말조차도 없이 잠수를 타서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연락이 없는 건 좀, 아니 상당히 예의가 없다 싶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질문을 하는 우리를 보는 친구는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해 본 뒤, 이미 체념한 듯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건만, 몇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록 장거리로 있던 시간이 더 길었다 할지라도) 서로 '사랑'이라는 걸 주고받은 사이인데 이럴 땐 사랑이 허무하다고 느끼는 건 잠수를 타는 엔딩이 은근히 많다는 사실이기도 해서다.





30대의 촉은 20대의 그것보다 확률적으로 맞는 날이 많다.

그런 내 촉이 맞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 중 하나는 이별을 감지할 때이다.



지금쯤 연락이 왔어야 할 그에게서 연락이 없다.

야근을 하는 걸까? 오늘은 별다른 스케줄이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급한 약속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끝나고 동료와 한잔 하느라 폰을 보지 않을 수도 있고.

본인의 이동 동선과 바뀌는 장소에 대하여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 사람이였지만, 늘 기다릴 때 즈음에는 연락이 오던 그였는데, 오늘은 좀 이상하다.

'그럴 수도 있겠다'상상은 기다리는 동안 왠지 초초한 마음만 키우는거 같아 다른 일에 집중을 해본다.

그러다 핸드폰을 안 보는 일을 하기 위해 헬스장을 다녀온다. 운동을 하면서도 뇌의 몇 프로는 휴대폰에 가 있지만 운동을 한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정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고 땀을 냈더니 기분이 한 결 낫다.

그리고 그 동안 기다리던 그의 메시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방금 집에 왔다며 오늘 하루는 어땠냐는 평소와 별 다를 게 없는 연락이였다.

이 정도 연락에 목매다는 것 같은 내가 싫었지만 오늘은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30대의 촉은 무섭다는 걸 인정하기 싫지만 왠지 오늘은.


그럴 나의 기분을 티 내고 싶진 않는 마음에 에둘러 나의 하루를 대충 전해주며 정리 할거 하면서 쉬고 자기 전에 연락하자고 대답을 하니, 그는 잠시 뒤 오늘 할 말이 있다고 자기 전에 통화를 하자고 한다.

응? 뭐지 이 싸한 느낌은.

평소와는 다르지 않던 운으로 시작하던 그의 연락이 결국 평소와 다르게 운을 이어가자 '여자의 촉' 이 이리도 무섭단 말인가 싶다.


통화를 하자고 하는 시간까지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은 엉클어진 머리처럼 복잡하다.

볼 생각도 없는 휴대폰을 괜히 만지작거리다 인스타그램을 켠다. 많아 봐야 한 달에 한번 정도 하는 그의 인스타는 최근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던 내 인스타보다 더 볼 게 없었지만 그의 스토리는 가끔 그의 일상을 반영해주는 탓에 내겐 소소한 재밋거리였다.


그때였다.

내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기 시작한 건.

그의 인스타가 더 이상 보이질 않는다.


텅 빈자리 두 개.  Cafe Pascal  @Stockholm 2018


몇 년 전 친했던 동생이 남자 친구와 다툴 때마다 인스타를 비공개를 하고, 헤어지고 남친을 차단하고 또 다시 사귀고 인스타를 열고 하던 스토리를 옆에서 봐 왔던 지라, 이건 분명한 차단임을 직감했다. (인스타가 뭔 죄니)


내가 상대방을 언팔하고 싶을 때 직접 그 사람 인스타에서 팔로우를 지우면 되는 일이지만 역으로 누군가가 나를 팔로우 리스트에서 빼고 싶을 때는 '차단'을 해야 함을 오래전 그 동생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여기서 써. 먹. 게. 되. 다.니


이유가 있을 거다. 이유가.

아니, 해킹을 당했나? 내가 최근에 잘못한 게 있었나? 내가 인스타로 실수한 게 있을까 하고 다시 내 인스타를 뒤져봐도 아무런 이상한 게 없다.

그러고 보니 아까 할 말 있다고 했잖아. 이것과 관련이 있을까?

소심 해지는 건 시간문제였고, 이해를 하려고 이유를 찾아봤지만 이건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었다.

설마 하는 생각들이 또 엉킨 머릿속 곳곳에 파고들어 패닉 상태를 만든다.


당장 전화하고 싶었지만, 기다려야 한다.

그를 조여서는 안 된다. 설명해주겠지 그래, 그게 실수가 아니었다면 그랬어야만 하는 이유를 그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이별을 앞둔 '할 말' 이라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이별 통보를 할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도 안되고. 이건 초중딩도 안하는 이별 방식이지 않나?

요즘 젊은이들의 이별에 최소한 '카톡'이라는 선택지는 있을텐데 인스타 차단이 이별이 될 리 없잖아.

라면서 감정을 추스르는 동안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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