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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에녹 May 27. 2023

일이 가끔 의미없이 느껴진다면

8년의 직장생활을 잠시 되돌아보다


오랜만에 이력서를 한번 정리했다. 지난 8년의 회사생활, 솔직히 도대체 뭘 한건지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력서를 정리하다 보니 예전 기억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의미없이 허드렛 일만 했다고 생각했던 지난 회사생활에서도 몇 중요한 지점들은 있었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내 직장생활은 크게 2개의 부서로 나뉘어 있다. 사업관리와 지원 업무를 했던 부서와 내가 직접 해당 사업의 담당자가 되어 업무를 주도했던 부서다. 이전 부서에 있을 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4년 반 정도 있었다. 솔직히 2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는 부서를 바꾸고 싶지 않았다. 이미 업무가 다 파악되어 있었고 새로운 업무를 하는 도전보다는 기존 업무의 익숙함이 편했던 그런 시기였다. 


그러다 우연히 직접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로 갔고, 많은 생각이 바꼈다. 밖에서 그 부서를 바라보기에는 어려울 것으로만, 복잡하고 일이 많을 것으로만 부서여서 그렇게 가고 싶지 않았던 부서였다. 그렇지만 실제로 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유익한 경험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직접 부딪히며 일을 해결해 나가는 일에 보람도 있었다. 혼자서 잘 해결되지 않는 일은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전우애, 즉 동료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8년이 지난 지금, 8년의 내 회사생활을 설명하기엔 옮긴 부서에서의 3년이 더 큰 비중으로 그것을 설명한다. 솔직히 이제 와서 후회까지도 된다. 그 3년마저도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으면'에 대한 후회다. 회사를 나오고 보니 회사는 그냥 단순히 내 노동을 투여해서 돈을 벌어가는 수단 정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돈을 받아가면서 내 역량을 키워가는 곳이었다. 돈을 받는 의미부여를 하자면,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기에 받는 대가라고 할까. 그랬기에 종종 지금 와서 후회가 남는다.


지금 나는 새로운 일에 대한 여러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 나의 본능은 여전히 또 다시 편한 것을 추구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덜 일하고 더 많은 돈을 벌까. 더 편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인생 전체로 보면 이 방향성은 당연한 추구일 수 있겠지만, 매 순간으로 생각하면 조금 다른 문제인 듯하다. 지금도 새로운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때면 나는 지난 회사생활을 되돌아 본다. 삶의 선택의 순간에 의미 있는 결정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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