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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에녹 May 29. 2023

나의 무관심이 관심이 되는 순간

마블알못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보고 나서

나는 소위 '마블알못(마블 세계관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랬던 내가 친구의 추천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를 봤다. 이번 영화를 보기 위해 어제와 그저께에 걸쳐 1,2를 모두 몰아봤다. 3일 연속 현란한 화면의 꽤 긴 영화를 보고 나니 눈알이 묵직한 느낌이다.


사실 나는 마블알못 뿐만 아니라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각종 SF영화에 대해서는 다 잘 모른다. 잘 모르는 이유는 관심을 안 가져서다. 이를 정리해 보면 내 무관심의 영역은 SF영화를 넘어서 SF류 소설, 무협소설, 나아가 소설이라는 장르까지도 그렇게 즐겨보지 않았다. 심지어 어릴 때 만화책도 잘 보지 않았는데 모든 유년기 남성이 봤을 법한 슬램덩크, 드래곤볼조차도 보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런 류의 영화나 소설, 만화에 무관심했는지 생각해 보니 나는 인간이 아닌 존재의 등장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속세에 무관심한 수도승인 마냥, 모두가 한번 이상은 보았던 그 콘텐츠들을 보지 않았던 것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안 봤는데?"라며 되받아치는 것을 즐기기도 했던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를 생각해보면, 범죄스릴러나 뮤지컬 장르, 또는 철저히 세상의 모습을 그린 다큐나 현실 로맨틱 영화 등을 좋아했다. 나만의 고집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내가 요즘 최근 1년간 가까운 친구의 권유로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영화 장르를 섭렵하고 있다. 오늘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그리고 두 달 정도 전 스드메의 문단속, 그리고 또 그 몇 달 전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 정도면 나라는 사람의 영역과 장르를 파괴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시도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관점이 생기기도 한다. 새로운 세계관에 눈을 뜨기도 하고, 이 콘텐츠들을 너무나 사랑해 마지 않는 수많은 열혈 팬들을 극장에서 처음 마주하기도 했다. 


오늘도 그랬다. 영화를 다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같이 보고 있던 친구가 나가지 않더라. 왜 안 나가냐고 했더니 쿠키 영상이 있단다. 그래서 하나의 쿠키 영상이 끝났는데도 또 안 나고 있길래 다시 물었더니 조금 뒤에 쿠키 영상이 하나 더 있단다. 아니나 다를까, 꽤 많은 관객이 그 두 번째 쿠키 영상까지 보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보던 영화관에서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경험이었다.


재밌는 것은, 이런 영화를 왜 보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내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20년 이상을 내 취향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살았는데 그 경계선이 희미해지는 듯하다. 나이 서른일곱이면 취향이고 성향이 확고해져 가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 여전히 나는 변하고 있다. 전혀 무관심하던 것이 관심 영역이 되기도 하며 또 반대로 너무 좋았던 무언가가 시들해지기도 한다. 


100번 관심 없어도 101번째에는 관심을 가지게 될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100번째까지는 어제의 나였다면 101번째는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나이니까. 그러니 당신의 삶이 지루하다면 늘 무관심하던 무언가에 관심을 가져 보자. 늘 지나쳤던 무언가에 눈길을 줘 보자. 그동안 미처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갤럭시 오브 가디언즈 3 엔딩 크레딧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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