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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에녹 May 29. 2023

자기계발, 일상의 루틴, 그 한계에 대하여

가끔 일상의 루틴이 무너진다면

평소 자기계발 류에 관심이 많다. 자기계발 책도 종종 보는 편이고 관련 유튜브를 보며 밥을 먹기도 한다. 자기계발을 뻔한 얘기로 치부하는 일각의 의견도 있지만 나 같은 의지박약러에게는 자기계발 글 한 줄, 영상 한 편이 게을렀던 나를 채찍질하고 다시 일으켜 세운 일도 종종 있다.

자기계발도 트렌드가 변해왔다. 2000년대 내가 학생 때는 주로 동기부여와 목표의식과 같은 것들에 대한 책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만 하더라도 온라인 영상보다는 책이 주였고, 주로 유명한 성공한 사람들이 이러한 자기계발을 많이 논했다. 그리고 그쯤부터 시작된 성공학이라는 나름 ‘학’이 붙은 학문처럼 여겨지기도 하며 성공 방법론에 대한 강사들도 나왔던 것 같다.

이러한 시류의 급 변화를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유튜브가 그 터닝포인트였던 것으로 본다. 2010년대 초반부터 유튜브 플랫폼이 생기며 일반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유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010년대 중반을 넘어 이 시류는 폭발적으로 확대된다. 과거에는 누가 봐도 성공했다고 논할 만한 사람들이 이러한 자기계발 방법론을 논했다면, 이때부터는 삶의 한 부분에서의 성공 또는 작은 성공을 가지고도 이러한 자기계발을 논할 수 있게 됐다. 아니, 오히려 미디어 이용자들이 오히려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큰 성공보다는 작은 성공사례들과 그 방법을 서로 고유하며 반겼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러한 시류에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인데, 여러 자기계발 분야 중에서도 최근 1년은 ‘루틴’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시작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원제: Atomic Habit)>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매일 팔굽혀펴기를 첫날 1개부터 시작해서 약 200일 동안 매일 하루 1개씩 늘려가는  일을 해봤다. 그 이후 습관, 즉 루틴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몸소 느끼며 작은 루틴들을 시도해봤고,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했다.​


요즘 내 매일의 루틴은 영어성경 필사, 한국어성경 녹음, 킥복싱, 그리고 짧게라도 글 하나 쓰기다. 성경필사는 세 달 정도 되어간다. 성경 녹음은 양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평균 2~4장 정도를 녹음하고 유튜브에 올리는데, 한 달이 조금 넘었다. 킥복싱은 어쩌다 보니 2년째 하고 있고 가급적 주중에 매일 가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이 글쓰기, 이제 2주 정도 된 것 같다.

사실 이것들은 내가 결코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일을 쉬고 있는 요즘 일상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시작한 루틴들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하루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이런저런 일들로 바쁜 날에는 이 일들을 완수하기가 힘들어진다. 어느 날은 귀찮기도 하고 특히 저녁까지 그날의 할 일들을 하지 못한 때에는 마음이 조급해지기까지 한다. 그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좋아서 한 일인데도.

그렇다. 일상을 유지시켜 주는, 긍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했던 루틴은 때로는 내 일상을 잡아먹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이 글은 서울에서 용인으로 가는 광역버스 안에서 쓰고 있다. 덜컹거리며 질주하는 버스 안에서 나는 미래의 시력을 조금은 포기하며 오늘의 루틴을 완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다.

루틴의 좋은 점만 생각했던 나로서는 이런 순간 적잖이 당황스럽다. 무언가를 선택하면, 그것이 설령 아주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기회비용이 반드시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어떤 좋은 자기계발 툴이라 하더라도 내 삶에 맞게 끊임없이 맞춰가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 글을 쓰는 지금 또 하나 깨닫게 된 바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조금 루틴대로 못 산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도 너무 아쉬워하거나 자책하지 말자. 루틴, 그것은 내 삶이 나아지길 바라는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니까.

출처: www.nam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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