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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에녹 Jun 02. 2023

흔들리지 않는 단 하나의 가치: 오늘, 지금 이 순간

우리 인생, 흔들리지 않는 닻이 필요하다

출처: blog.hubspot.com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왜 사는지 모르겠어."

"방향성을 잃어버린 기분이야."


30대 후반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요즘, 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많이들 하는 고민이다. 무언가를 이루었다면 이룬 친구들에게도, 아직은 그 꿈을 미처 펼치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비슷한 고민거리다. 지나고 보니, 인생에서 각 나이대별로 중요한 목표들이 있었고 그것을 이뤄내는 것이 인생의 이유였다. 10대 때는 대학 진학과 같은 적성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20대에는 취업에 대한 고민이, 30대에는 내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성공과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고민이 주로 있던 것 같다.


사실 30대 초반까지는 각자 모양은 달라도 우리는 결국 비슷한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을 적절하게 믹스한 내 직업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그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그 분야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그런데 특이점은 30대 후반에서부터 생긴다. 소위 일반적인 성공과 노력의 방정식에 의하면, 30대에 이룬 우리의 성과물은 어느 정도 나의 역량과 한계를 느끼게 한다. 직장을 다니더라도 내가 이 직장에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소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가 가닥이 잡히고, 자영업이나 프리랜서 활동을 하더라도 내가 이 분야에서 얼마나 잘 될 수 있을지 어느 정도 추측이 된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큰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나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걸까?"


인생에 정답이 없다지만, 우리는 정답에 근접한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가거나 좋은 직업을 갖고, 좋은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 그리고 안정적인 노후를 맞이하는 것. 이것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 공식이었다. 그리고 그 목적에는 인생의 행복을 설정해 둔다.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행복해질거야. 행복이 내 삶의 이유이고, 목적이야."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목적을 행복에다 두면 우리는 과연 행복할까? 지나고 보니 그렇다. 성취와 목표 달성에 삶의 이유를 두면, 그것을 이룬 순간에는 굉장히 행복하다. 아니 행복으로도 모자라 짜릿하기까지 하다. 내 인생이 잘 굴러가고 있는 것 같고 이만하면 '남들보다' 또는 '남들처럼'은 괜찮게 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하는 의구심이 생각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인생의 목적을 행복에 두면 행복하지 않은 순간은 목적 달성 실패다. 그런데 살면서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얼마나 되는가? 무언가를 이루어낸 순간?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즐기는 모임의 순간? 퇴근 후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며 치맥을 즐기는 순간? 무엇이 되었든 우리의 행복은 생각보다 그리 자주 있지 않으며 또 짧다. 결국 우리 인생의 목적이 행복에 있는 것은 생각보다 흔들리기 쉬운 닻에 우리 인생이라는 배를 걸어둔 모습 같기도 하다.


그렇다. 인생이라는 배의 닻이 걸려 있어야 하는 곳. 그것이 우리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고민되어야 할 지점이다. 닻이 흔들리면 내 배도 흔들린다. 닻이 흔들리지 않으면 내 배도 흔들리지 않는다. 단순한 진리임에도 우리는 생각보다 흔들릴 수 있는 닻에 내 인생이라는 배를 정착시키며 내 인생이 조금 더 행복하기를 기대한다.


"돈이 조금 더 많으면 행복할거야."

"조금 더 잘 나가면 행복할거야."

"건강이 최고야. 건강하면 행복할거야."

"가족이 최고야. 가족만 있으면 돼."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닻이다. 돈이 없으면 불행할 것인가? 실패가 거듭되면 불행할 것인가? 건강하지 못하면 꼭 불행한가? 가족간의 문제가 있거나 가족이 건강하지 못하면 불행한가? 모두 외부적인 요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흔들리는 닻일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내린 결론은 조금 더 견고한 닻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지금', 그리고 '오늘'이라는 닻이다. 지금, 오늘에 집중하면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삶의 많은 요소들은 사실 지금까지 살아온 수많은 오늘의 결과물일 뿐이다. 그 결과물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 마음대로 결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일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나다.


지난 며칠간 개인적인 슬럼프에 빠졌다. 매일 쓰기로 한 글도 며칠 쉬었고, 필사, 녹음 등 나 스스로 마련한 루틴을 모두 하지 않았다. 하기 싫었다. 의미 없이 느껴졌고, 이것을 해서 앞으로 뭐가 좋아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지나고 보니 미래의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의 나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이것들이 이루어 낼 또 하나의 성취에 관심을 가졌고, 그 결과물이 기왕이면 조금 더 빛나길 바랐던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무기력함에 빠진 지난 며칠 동안 현재에 집중한 나는 없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오랜만에 점심을 먹으며 예전 추억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오늘 이 시간 편안히 쉴 수 있는 작은 내 방 공간 하나 있음에 감사한다. 더워지는 여름에 시원한 에어컨과 선풍기를 쐴 수 있음에 감사한다. 글을 쓸 수 있는 작은 노트북과 키보드, 마우스가 있음에 감사하며, 내 손가락 10개가 이상 없이 오늘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래서 나의 오늘은 의미가 있다.


당신의 삶은 오늘의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다. 삶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고 방향을 잡지 못할 땐 지금의 나에 집중해 보자. 숨을 쉬는 것도, 무언가를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며, 귀로 듣고, 만지며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오감이 살아 있는 것도. 2023년 6월 2일이라는 오늘의 역사 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도. 모두 감사할 일이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내려야 할 유일한 닻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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