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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에녹 Jun 06. 2024

오사카 남쪽을 대표하는, 덴노지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오사카 지역별 특징 (6)

덴노지는 앞서 소개한 신세카이와 가까운 곳에 있어 함께 소개하려 했다. 그러나 덴노지는 신세카이와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는 동네다.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나는 신세카이와 달리, 덴노지는 쇼핑, 교통, 여가활동 등 오사카 현지인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충족해 주는 곳이다. 여기에 도쿄의 빅3 전망대(도쿄 스카이트리, 도쿄 타워, 아자부다이 힐스)를 제외하고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하루카스300' 전망대 역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다.


(6) 덴노지


덴노지(天王寺)라는 지명은 593년 세워진 일본의 가장 오래된 절, '시텐노지(四天王寺)'에서 유래했다. 실제로 덴노지 근처에는 지금도 시텐노지라는 절이 있다. 어쩌면 오사카에서 상대적으로 덜 유명할 수도 있는 관광지이지만, 사실 구글 평점이 1만 개 넘게 있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절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절이 우리 백제 사람들이 당시 일본으로 건너가 불교를 전하고 건출 기술을 전해 만든 사찰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시텐노지에 가면 교토와 같은 곳에서 보던 새까만 풍의 일본 특유의 절 느낌과는 사뭇 다름을 느낀다. 한국스러운 기와와 처마, 붉은빛의 기둥과 곳곳에 보이는 푸른 청동 빛과 같이, 잘 모르는 내가 봐도 한국의 절 같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말이다. 시텐노지에서는 매달 21,22일에 벼룩시장이 열린다고도 한다. 생각보다 너무 골동품이 많아서 살만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의 동묘 벼룩시장처럼 구경거리가 많으니 한 번쯤 가볼 만도 하다.



신세카이에서 동쪽으로 바로 길건너편에는 '덴노지 동물원'이 있다. 100년이 넘은 이 동물원은 오사카에서 가장 대표적인 동물원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이번 한 달 살기가 아닌 지난번 오사카 여행 시 들른 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좋지 못한, 아니 열악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덴노지 동물원의 환경에 마음 아파하며 차마 동물들을 다 구경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이켰던 기억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동물 친화적인 동물원, 홋카이도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일본의 동물원 환경에 대해 그동안 막연히 좋게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체감상의 차이가 더 컸다. 그 뒤로 사람들과 오사카 여행을 이야기할 때 덴노지 동물원은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나아가 동물원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많이 들어 이후로 나는 동물원을 일절 방문하지 않고 있다.


덴노지 동물원 바로 옆에는 '덴노지 공원', '게이타쿠엔 정원', '덴시바 공원'과 같이 오사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여러 휴식공간이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덴시바 공원'은 요즘 오사카에서 가장 힙한 공원이라고 한다. 우리로 치면 연남동의 '연트럴 파크'와 비슷한 분위기랄까. 날씨 좋은 날이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으며 피크닉을 즐기는 오사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곳에 있는 'OSAKA'라고 써진 대형 입간판은 요즘 가장 유행하는 포토 스팟이다. 오사카 현지 분위기를 찾아다니던 나에게 이곳 역시 마음이 가는 곳이었는데, 시간을 내어 이곳에서 돗자리 한 번 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덴노지는 오사카에서 우메다, 난바, 신오사카와 더불어 핵심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특히 오사카 남쪽 교외 지역으로 이동하는 간사이 본선, 한와선, 우에마치 선이 지나가며, 오사카 지하철 역시 미도스지 선, 다니마치 선, 오사카 순환선 등 3개 노선이 지나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덴노지 주변은 난바나 우메다처럼 늘 많은 인파로 붐빈다. 대부분의 기차역 또는 버스터미널 주변이 그렇듯, 덴노지 주변도 많은 숙박시설과 술집, 그리고 파칭코와 같은 유흥업소도 종종 볼 수 있다. 파칭코 하니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하루는 아침 산책을 하며 시텐노지를 들렀다가 덴노지 쪽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오전 10시가 되기 몇 분 전이었는데 왠 사람들이 건물 앞에 줄을 지어 서있었다. 주로 남자들만 있는 것으로 봐서 맛집도 아닌 것 같고 무언가 오픈런을 기다리는 건가 싶었다. 알고 보니 파친코의 오픈 시간이 오전 10시였고, 잭팟이 잘 나오는 자리에 앉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것이었다. 파칭코 오픈런이라니, 식당 맛집도 줄을 잘 서지 않는 나에게는 이색적이고 생경한 모습이었다.



교통의 요충지답게 덴노지의 사거리 각 코너에는 백화점 또는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쇼핑몰은 '아베노 큐즈몰(Q's Mall)'이다. 오사카에서 가장 큰 쇼핑몰로 실제로 방문하면 입구에서부터 그 크기에 압도당한다. 우리로 치면 고양이나 하남의 스타필드만 한 크기가 도심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디즈니 스토어'나 다양한 캐릭터 샵도 큐즈몰에서 구경할 수 있다. 이외에도 덴노지 역을 품고 있는 '미오(MIO)', '킨테츠 백화점'이 코너에 있으며, 나머지 코너에는 덕후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트', 그리고 일본 쇼핑의 상징인 '돈키호테'까지 들어서 있다. 오사카에서서 쇼핑을 제대로 하고 싶다복잡한 난바나 우메다를 피해 이곳에 와서 쇼핑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신세카이의 정점이 츠텐카쿠 전망대였듯이, 덴노지의 정점은 '아베노 하루카스' 빌딩의 초고층 전망대, '하루카스300'이다. 앞서 언급했듯, 하루카스300은 도쿄의 대표적인 전망대 세 곳을 제외하고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다. 300은 300m를 의미하며 60층 건물의 최고층에 있다. 63층의 63빌딩이 건물 첨탑을 다 포함해도 274m인 것과 비교하면, 아베노 하루카스의 층고가 비교적 높은 편이겠다는 쓸모없는 추측을 해보기도 한다. 하루카스300의 가장 큰 장점은 사방팔방 파노라마로 오사카 시내가 전체가 보이는 통유리 뷰이다. 특히 이 뷰는 석양이 질 때, 그리고 야경에 빛을 발한다. 나는 석양은 보지 못했고 야경을 보았는데, 특히 오사카는 주변에 산이 없고 평지 위주로 되어 있어 눈에 걸리는 것 없이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오사카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이런 관광 모드는 최대한 지양하려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철저히 관광객이 되어 오사카의 아름다운 시내 전경을 눈에 담기 바빴다. 이로써 츠텐카쿠, 우메다 스카이 빌딩 등 오사카의 웬만한 전망대는 다 가봤지만, 단연 1등은 이곳 하루카스300이 되었다.




이처럼 덴노지는 난바나 우메다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곳들 못지않게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알찬 동네다. 관광객으로 가득 찬 난바와 우메다로부터 벗어나, 보다 한가롭게 오사카 도심 속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덴노지에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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