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에녹 Jun 05. 2024

그 시절의 화려한 영광, 신세카이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오사카 지역별 특징 (5)


오사카 북쪽의 번화가는 우메다와 신오사카, 중심부의 번화가는 난바라고 한다면, 오사카 남쪽의 대표적인 번화가가 하나 있다. 오사카 최초의 전망대 '츠텐카쿠'가 있는 곳, 꼬치튀김으로 알려진 '쿠시카츠'의 본고장, '신세계'라는 뜻의 '신세카이(新世界)' 지역이다.


(5) 신세카이


신세카이는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 남쪽으로 약 15분 정도만 걸어가도 나오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동네 산책 차원에서도 자주 들렀던 곳이다. 사실 신세카이는 오사카의 전통적인 대표 관광지다. 가급적 관광지를 피하고 오사카 현지인들이 많은 곳을 찾아다녔던 나에게 신세카이는 그다지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다. 마치 관광객으로 가득한 난바와 같이 말이다. 그러나 역시나 난바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15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주 들를 수밖에 없던 곳이기도 하다. 지인들이 놀러 와도 만만하게 데려가기 좋은 곳이 집 근처의 신세카이였고, 가끔 난바가 지겨우면서도 오사카 관광지 분위기를 흠뻑 느끼고 싶을 때 가던 곳도 신세카이였다.


신세카이는 사실 이전에 소개한 타 지역에 비해서는 그리 넓은 구역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관광지답게 비교적 알차게 볼거리들이 밀집되어 있다. 우선 신세카이를 가장 대표하는 것은 화려한 간판이 즐비한 먹자골목이다. 난바의 화려한 음식점 간판에 놀랐다면, 신세카이에서는 아마 한 번 더 놀라게 될 것이다. 일반적인 글자 정도의 간판이 아닌, 화려한 그림이나 심지어 커다란 입체적인 모형으로 제작한 간판도 종종 만나게 된다. 신세카이에 몇 차례 와본 이후에는 이러한 간판들이 너무나 화려해서 부담스러웠지만, 처음 왔을 때는 너무나도 일본스러운 화려한 이 골목에 나 역시 현혹되기도 했다. "와, 일본 사람들은 이렇게 화려한 곳에서 음식과 술을 즐기는구나."하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신세카이는 오사카의 대표적인 요리 '쿠시카츠'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쿠시카츠는 쉽게 말해 꼬치튀김 같은 것인데, 고기나 야채 종류를 꼬치에 꽂아 튀겨낸 요리를 말한다. 왕십리 곱창골목, 신림동 백순대 골목과 같이 신세카이에는 쿠시카츠 식당이 쭉 늘어서 있는 거리가 있다. 이곳이 대표적인 관광지이면서도 한편으로 현지인들도 많은 것은 아마도 이 쿠시카츠를 즐기러 오는 현지인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신세카이에서의 음식은 대부분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화려한 간판이 가득한 신세카이 메인 골목의 가장 중심 코너에 위치한 한 식당은 아직까지도 오사카 역대급 최악으로 기억에 남는다. 한국 동네 술집보다도 못할 것 같은 오코노미야끼 맛, 바가지 가득한 음식 가격, 지나치게 과도했던 호객 행위까지 어느 하나 좋은 기억이 없다. 화려한 간판에 이끌려 "이러한 번화가에서도 한 번은 경험 삼아 먹어봐야지."하고 들어갔던 곳인데, 말 그대로 정말 경험만 삼게 되었다. 오히려 신세카이 중심 번화가가 아닌 외곽에 드문드문 자리한, 우연히 들어간 음식점에서 진짜 오사카의 맛을 만날 수 있었다.


화려한 신세카이의 정점을 찍는 곳은 단연 '츠텐카쿠' 전망대다. 한자로 '통천각(通天閣)', 즉 하늘로 통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1912년 지어졌다가 화재로 소실되고 1956년 다시 지어졌으며, 1979년 네온사인이 설치되어 현재와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파리의 에펠탑을 모방하여 만들어졌다고 하며, 탑의 꼭대기 부분에는 전망대가 있다. 낮에는 꺼져있던 네온사인 조명이 저녁에는 켜지는데, 어떻게 보면 꽤나 촌스러우면서도 화려한 조명의 츠텐카쿠는 신세카이의 명물이자 오사카의 명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는 동네 산책을 다니면서 츠텐카쿠를 수시로 마주하고는 했는데, 시시각각 장소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츠텐카쿠의 모습을 종종 사진에 담고는 했다. 화려한 츠텐카쿠의 조명을 바라보고 있으면, 잃어버린 30년 이전 80~90년대 세계 2위 경제 강국이었던 일본의 화려한 그 시절의 영광이 다시 조명되는 듯하다. 그 시절 일본의 시티팝과 유난히 잘 어울릴 것 같은 이곳, 신세카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화로운 오사카, 나카노시마 & 기타하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