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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에녹 Jun 03. 2024

직장인들의 퇴근 후 저녁, 덴진바시 & 덴마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오사카 지역별 특징 (3)


여행 내내 주야장천 떠들어댄 이번 여행의 유일한 컨셉이 있다. 바로 '현지인처럼'이다. 현지인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인터넷에서 조사도 많이 했다. 검색 키워드는 주로 '오사카 현지인'이었다. 요즘은 '오사카 현지인'이 홍보를 위한 마케팅 키워드로도 많이 쓰여서 적잖은 정보를 걸러야 했지만, 그래도 꽤 건질만한 정보들이 나왔다. 어느 날 하루는 '오사카 직장인'이라고도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기존에는 몰랐던 새로운 곳이 나왔다. 그게 바로 덴진바시, 그리고 덴마다. 


(3) 덴진바시 & 덴마


덴진바시와 덴마를 알게 된 것은 이번 오사카 한 달 살기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을 만큼 나에게는 가장 '현지인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덴진바시는 우메다에서 동쪽으로 도보로 약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쇼핑 아케이드 거리를, 덴마는 그 덴진바시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한 지역을 말한다. 덴진바시 거리는 길이가 무려 2.6km에 달하는데 일본에서 가장 긴 쇼핑 아케이드라고 한다. 이렇게 긴 쇼핑아케이드는 이자카야, 야키토리, 스시 등 각종 음식점과 술집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어느 한 블로그에서 덴진바시와 덴마에 대한 정보를 처음 발견했다. 그 블로그에서 소개하길, 이곳은 서울의 '을지로' 감성이 나는 곳이라고 했다. 그 말 한마디가 덴진바시와 덴마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게 했다. 이곳에 가면 퇴근하고 술 한 잔 걸치는 오사카 직장인들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겠구나.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곳에 갈 이유는 충분했다.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겠지만 그들과 함께 이자카야 한 자리에 앉아 그들의 수다를 배경음악 삼아 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도 현지인처럼 지내고 싶었던 내가 덴진바시와 덴마가 가장 좋았던 이유는 바로 한국인을 거의 만나지 않을 수 있어서였다. 그나마 덴진바시 거리는 유명한 맛집도 몇 군데 있어서 한국인을 약간은 마주했지만 덴마에서는 정말이지 거의 한국인을 만나지 못했다. 이런 곳을 찾게 되면 어찌나 뿌듯했던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덴마를 알린다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이 책을 보는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아직도 남아 있는 오사카의 진짜 현지 감성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나 역시 누군가의 안내로 이 거리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덴진바시와 덴마에서는 수많은 현지인스러운 식당을 만날 수 있다. 관광지스러운 그런 식당 말고, 일본어 메뉴판만 있는 그런 현지인 식당 말이다. 일본어를 조금도 할 줄 모르면 주문이 상당히 어려울지도 모른다. 나 역시 친구 없이 혼자 갔더라면 밥 한 끼 제대로 주문해서 먹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였을까, 훨씬 더 리얼한 일본 현지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다. 스스로를 '엄마'라고 부르던 한 할머니가 만들어 준 '소바메시'라고 하는 면과 밥을 볶은 요리와 일본식 계란말이. 일본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스시다운 스시를 먹었던 한 스시집. 난생처음 먹어본, 생닭을 겉만 살짝 익힌 '닭 타다끼'와 닭 연골로 만든 '츠쿠네'라는 닭 완자 요리까지. 난바나 우메다에서 먹었던 음식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맛집을 그렇게 찾아다니지 않는 내가 이곳에 와서는 참 열심히도 먹으러 다니고 맛있게 먹었다. 한 달의 오사카를 되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음식들은 전부 이 거리에서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사카를 두 번째 이상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오사카를 한층 더 깊이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덴진바시와 덴마는 꼭 들르면 좋을 현지인 감성 가득한 그런 곳이다. 특히 나같이 서울의 을지로와 같은 노포 감성을 좋아했던 한때 직장인에게는 더욱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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