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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에녹 Jun 01. 2024

오사카의 중심지, 난바를 안 가면 섭섭하지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오사카 지역별 특징 (1)


오사카에 지난 10년 간 다섯 번 정도 왔지만 그동안 주로 간 곳은 난바, 우메다, 오사카성 정도였다. 그러나 한 달 살기를 하며 오사카를 속속들이 살피다 보니,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특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오사카의 대표적인 지역별 특징을 미리 알고 간다면, 보다 다채롭고 풍성하게 오사카를 느끼고 올 수 있을 것이다.


1) 난바


너무나도 다양한 특징이 있는 난바를 어디서부터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난바는 언제든지 사람 많고 복잡한 대표적인 동네다.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관광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다양한 가게도 많아서 오사카에 처음 여행 왔을 때 가장 관광지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난바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오사카 시내로 들어오는 주요 열차는 남쪽의 난바 아니면 북쪽의 우메다를 종점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난바, 난카이 난바, 오사카 난바, JR 난바 등 지하철 및 기차역만 하더라도 네 개나 된다. 지하철 난바 역은 빨간색 미도스지선, 파란색 요츠바시선, 분홍색 센니치마에선이 지나가는 '트리플 역세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난바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난바에 있는 도톤보리의 상징 '글리코(Glico) 상'이다. 대부분 오사카 여행을 소개할 때 오사카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이 도톤보리에서 두 손을 펼치고 있는 이 글리코 상이다. 오사카에 처음 오는 사람은 반드시 글리코 상을 보러 도톤보리에 들른다. 아마 오사카에 여러 차례 온 사람도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궁금해서 들러보기도 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 말이다. 그러한 글리코 상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한가득 모여있다. 어쩌면 오사카의 가장 상징적인 포토존이 아닐까 싶다. 글리코는 일본의 대표적인 제과회사로. 우리로 치면 롯데나 오리온, 해태와 같은 회사다. 대표적으로 우리 빼빼로의 오리지널이라 할 수 있는 '포키(Pocky)'가 글리코의 제품이다. 이러한 글리코의 마스코트인 글리코 상은 무려 1935년부터 도톤보리에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하니, 가히 오사카를 넘어 일본의 상징이라고도 할 만하다.



이처럼 오사카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난바는 마치 서울의 명동과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최근 명동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10년 전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이 본격화되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이 와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보다도 훨씬 오래전부터 유명 관광도시였던 오사카는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태국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 전 세계 여행객들이 다 모여드는 것처럼 오사카 난바에는 전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을 구경하는 쏠쏠한 재미도 있다.



난바를 중심으로 놓고 동서남북 사방으로 걸어서 갈 만한 곳이 많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우선 난바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신사이바시'가 나온다. 난바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듯하지만 명확히는 도톤보리 강을 건너면 보이는 아케이드 입구에 '신사이바시스지'라는 큰 간판이 있는 곳부터 신사이바시 지역으로 본다. 난바 남쪽이 음식점과 술집이 많고 골목길이 잘게 나누어진 복잡한 느낌이라면, 북쪽 신사이바시 방향으로 올라갈수록 쇼핑 아케이드, 백화점, 쇼핑몰과 같이 구획이 잘 나누어진 깔끔한 느낌이다. 반면 난바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덴덴타운'이라고 하는 동네가 나온다. 이곳은 전자상가와 더불어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 샵 등 오타쿠를 위한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며, 특히 '메이드 카페'가 모여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통상 도쿄의 전자상가 타운 '아키하바라'를 오사카의 '덴덴타운'을 자주 비교선상에 올리고는 한다.



난바의 동쪽으로 가면 미식의 도시 오사카에서도, 오사카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구로몬 시장'이 나온다. 실제로 오랜 기간 구로몬 시장은 난바의 많은 음식점들의 식재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고도 한다. 어느 지역에 여행을 가든 시장에 가보는 것은 그 지역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먹고 사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난바에서 약간 북서쪽, 신사이바시에서 서쪽으로 가면 다양한 컨셉의 쇼핑 거리가 나온다.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가 모여 있는 신사이바시 서쪽의 '명품 거리', 이태원과 같은 미국 감성의 빈티지샵이 모여 있는 '아메리카무라',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있는, 서울의 연남동과 청담동을 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고급스러운 편집샵이 모여 있는 '오렌지 스트리트' 등이 그것이다. 꼭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오사카의 독특한 현지 감성을 살펴보기에 좋다.



오사카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난바에 열 번은 넘게 갔다. 나에게 있어 난바는 식상하지만 그렇다고 주기적으로 가주지 않으면 섭섭한 마음이 드는 그런 곳이다.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더욱이 자주 갔던 곳이기도 하다. 가끔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갈 때 뭔가 아쉬울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꼭 난바를 들러 관광지로서의 오사카의 분위기를 한껏 적시고는 했다. 신기한 표정으로 난바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여행자들을 보며, 나 또한 오사카에서의 일상에 젖어 잠시 해이해졌던 초심을 다잡고는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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