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아아
역대급 긴 연휴가 마무리에 접어들고 있다. 우리 부부도 지난주 목요일 저녁에 올라갔다가 목요일인 오늘, 다시 경주로 내려왔다. 남들은 귀성한다고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고 귀경한다고 다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정확히 반대로 움직였다. 부모님을 뵈러 서울로 올라갔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경주로 내려왔다.
우리 부부는 지난 7월에 경주로 이사 와서 이제 곧 만 3개월 거주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이번 추석은 서울에서 경주로 내려오고 나서 첫 명절이었다. 나야 20년을 부산, 20년을 서울에서 지낸 반 서울 사람, 반 부산 사람이지만, 아내는 태어나 서울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는 본적마저 서울인 토박이 서울 사람이다. 그런 아내가 이번 명절에 서울로 올라가면 행여나 서울에 대한 향수병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명절을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은?
전.혀. 그럴 일이 없더라. 사실 아내가 걱정하는 마음을 내비친 건 연휴를 잘 보내고 내려오는 차 안에서였다. "오빠, 사실 나는 이번에 올라갔는데 서울이 다시 그리워지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거든. 그런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나는 경주가 좋아!" 아내의 말은 이러했다. 여유로운 지방 생활을 해보고 싶어 내려오긴 했지만, 화려한 서울을 다시 마주하고는 그 마음이 변할까봐 잠시 신경 썼다는 것. 그리고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긴 명절 연휴 기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떠난 서울이었지만, 여전히 서울은 서울이었다. 어딜 가도 많은 사람들, 복잡한 도로, 하늘을 뒤덮고 있는 건물 숲들. 연휴 중 하루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간 적이 있다. 롯데월드타워로 가는 길 잠실 인근의 삼전역을 지나가게 되는데, 정말이지 도로 양측과 눈앞까지 아파트로 가득 채워진 한 도로를 지나가게 되었다. 족히 50층은 되어 보이던 그 건물들. 그 건물들을 보며 어딜 바라보아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던 경주가 떠올랐다.
롯데월드타워에 올라서도 마찬가지였다. 롯데월드타워는 360도 방향으로 서울 시내 전경을 관람할 수 있다. 서울 어느 방향을 봐도 건물로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을 보고는 아내와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런 곳에 정녕 우리가 살았다고? 아니, 이곳에 살고 싶어 그 안간힘을 썼다고? 지방 생활 고작 3개월 했다고 유난 떤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겠다만, 우리에겐 유난스러움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서울은 살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 있었다.
연휴가 끝나고 서울에서 양가 부모님들과의 일정을 다 보내고는 차를 타고 다시 내려가던 길이었다. 내려가는 고속도로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는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막히고 있었다. 경기도까지만 하더라도 끊이지 않고 보이던 건물들은 충청도에 들어서면서 논밭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경북에 진입해서는 점점 산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고, 눈에 보이는 건 죄다 파란 하늘 아니면 초록빛의 나무들이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안심되기 시작했다. 고작 3개월 살았지만 우리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경주에 도착하기 30분 정도를 앞두고서는 경주는 이 방향이라고 안내하는 표지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 차례 드나들었다고 익숙한 경주의 톨게이트를 지나며 아내와 나는 차에서 god의 <니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노래를 개사해서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경주야~"
괜한 경주부심을 부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만, 이번 명절을 지나고서 다시 한번 느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적합한 곳은 이곳 경주라고. 느긋하게 형산강을 바라보며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이 시간이 행복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