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by 쓴쓴

풍부함은

그릇에 넘치듯이

부어지는 모습이 아닌


바다와 같이

넘실대는 물 아래로

많은 것을 간직하고


물 위로는 넘실대나

결코 그것으로

육지를 범하지 않는


물에 담긴 그것이다.


많다고 좋지 않고

적다고 부끄러워할 일이 아닌 까닭은


길에 고인 빗물이

하늘을 담아내며

접싯물이라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듯이


살랑거리는 미풍에라도

잔잔한 물결을 일으킬 줄 아는

한 그릇의 냉수가

갈라진 대지를 적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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