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을 냉정하게 바라볼 유일한 이유
지금처럼 복잡한 시대를 사는 우리는 사건- 비극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과정을 매우 피곤하게 생각한다. 지나간 일과 벌어진 사고에 관하여 오히려 관대하다. 해서 어떤 결과가 여타의 영향을 미칠 것들에만 주목하는 경향을 보이며 다른 사건으로 이어질 연결고리 후보군을 찾는다.
문제는 여기서 나타난다. 사건의 여러 원인, 곧 그 책임을 묻기를 꺼려한다. 우리 안에 벌어진 이 과오의 발단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는다. 오히려 연결고리, 즉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과오에 관하여 과잉 집중함으로써 실제 원인이 아닌 가상의 원인을 추궁한다.
물론 앞으로 벌어질지 모르는 일련의 사건들이 해악을 끼치는 방향으로 더 이상 흘러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것이 자신과 타인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추상적으로 일의 향방을 추산하는 일은 자기의 의견을 내뱉는 만큼 쉬운 일이다.
우리가 연결고리의 첫 부분, 곧 사건의 시작점인 문고리를 찾기까지 우선 기다려야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무엇이 잘못될 것인지가 아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판단하는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 힘이야 말로 또 다른 과오의 문고리에 빗장을 걸어낼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