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 꿈을 꾸다
이 책의 서사는 정관영과 허장훈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천천히 오가며 진행된다. 전혀 다른 사회적 배경을 안고 두 정치계 인물이 산상 회합하는 장면은 마치 도원결의를 연상시킨다.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타원의 회전과 같아서 독자의 흥미를 유유히 끌고 나간다.
타원의 궤적을 따르는 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끌림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한 생각'의 정체일 것이다. 이것은 경제 양극화를 해결하려는 정관영의 생각에서 탄생한다. 그의 시선에서 경제 양극화는 가난을 불러일으키고 사회적 타살인 자살까지 일으키는 대한민국의 핵심 난제다.
정관영이 그리는 나라는 빈곤층이 없는 사회로서 곧 부유층과 중산층만 있는 국가다. 부를 지닌 자로서 사회적 의무를 감지하는 사람이다. 책은 그가 <가난을 부추기는 것들>이라는 책을 썼다는 것을 소개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만든 책임에서 사회구조적 요소를 배제할 수 없음을 밝힌다. 즉 정관영의 역할은 구조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또한 정관영의 시선으로 자살과 같은 사회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것이 개인에게 달려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같은 초개인적인 집단의 개입이 필요함을 알린다.
책의 내용은 충분히 괄목할 만하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다소 발견할 만큼 세부적인 사항을 서술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신 사회적 문제를 고스란히 등장인물의 핵심 고민거리로 담아내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하지만 단지 인물이 소설적 장치 그 이상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다는 게 흠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 정해진 철로를 따라 움직이는 평면적 성격의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말이다.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하자 불필요한 성공신화를 보여주는 줄거리에 마음이 불편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정치계에 입성한 허장훈이나 자수성가형 기업가인 정관영이나 그들의 성장배경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다소 지루함을 느낄 정도로 아쉬웠다.
다만 주목할 점이 있다면 그 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한국사회를 위해 고민하는 자로 그려진다는 부분이다. 그들의 성공이 각자의 성격을 소개하려고 채택한 성장배경이라 한다면 납득할 수는 있으나 개연성 면에서 독자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또 한 가지, 오히려 약간의 간절함이 더해질 정도로, 과연 이런 '착한' 마음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일구고 확장해 나가는 사업가 혹은 정치인이 현실에 존재할까 궁금하기까지 했다. 이것은 소설이 소개하는 '한 생각 2'에 대한 필자의 비판으로 이어지는데 2명의 후보를 최종 선택해서 추첨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추첨 민주주의를 과연 누가 받아들일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한 가지 기억할 만한 부분은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은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책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는 점이다. 재계뿐만 아니라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집단 대표들을 종용하고 설득하는 모습이 매우 이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아름다워 보였다. 이와 같은 생각의 선상에서, 많은 부분에서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당황스러운 지점을 많이 보았지만 이처럼 꿈꿀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