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by 쓴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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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그는 새로 이사 온 청년의 무거운 책을 들어주다 급히 일을 나갔다. 그러니까 그가 전화를 받고 소극장의 천장을 수리하러 간 날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던 걸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평소처럼 책방 문을 닫지 못하고 선희 씨가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던 날이었다. 선희 씨는 싸구려 와인을 냉장고에 넣고 기다리던 밤을 떠올린다. 그리고 한 통의 전화가 생각난다. 높은 곳, 추락. 닿지 않는 별을 바라보는 듯이 선희 씨의 시선은 그날을 영원히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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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웅 씨는 그렇게 자신을 급하게 떠나기 전까지 그 청년의 무거운 법전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남긴 말이 없다. 그런데 그 법전이 얼마 전 ‘선일 책방’에 들어왔다. 그가 남긴 것이었다. 아니 그가 남긴 것일까. 근데 하필 법전이라니. 선희 씨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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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씨는 밤늦게 돌아다니며 폐지를 줍는다. 아무래도 그게 좋았다. 시원히 가라앉은 밤공기를 마시는 것도 좋았지만, 슬기의 말이 자꾸만 걸려서였다. 화순 씨가 일하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가 보였다. 그런데 아침을 먹다 말고 또 슬기에게 한 소리 들었다.

- 할머니, 그 폐지 좀 그만 주우면 안 돼?

- 네가 그게 무슨 상관이냐

- 아니 그러니까, 그냥 몸 편히 계시면 안 되냐고.

슬기 씨가 눈을 흘기며 물었다.

- 야, 이걸 해야 맘이 편하다. 생활비도 벌고. 가슴이 툭 하고 뚫리는 것이 살아가는 것 같고.

-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몸이 좀 편하자고.

- 그게 뭔 말이냐?

슬기 씨가 몸을 일으켜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말했다.

- 아무튼 그 짓거리 좀 그만 했으면 좋겠어.

- 저런 싹수없는 녀석. 말하는 본새 좀 봐라.

- 아, 그게 아니라. 폐지 버리는 사람들 말이야.

화순 씨는 소리를 질렀다.

- 네 책이나 좀 버려라.

- 할머니, 저거 내 거야. 절대 버리지 마.

- 몰라, 이 놈아. 내가 저거 다 팔아 버릴 거다.

- 절대 안 돼! 저거 주인 따로 있단 말이야.

하며, 슬기 씨는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서둘러 일하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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