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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 씨는 방금 전 대화를 복기하다가 말고 한동안 잊어버린 노란 의자에 관해 곰곰이 생각한다. 누가 물건을 놓고 가는 걸까. 범인을 찾는 형사처럼, 그 말을 되뇐다. 그러자 자신의 일이 왠지 더 뿌듯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상, 며칠을 둘러보아도 그 자리에 의자가 있다는 감각 정도만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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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저게 뭐지? 슬기 씨는 놀랐다. 노란 의자 위에 커다란 판다 곰 인형이 어느새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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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씨는 아무래도 이건 아닌 듯했다. 법전을 헌책으로 팔자고 생각하니, 자신이 너무 괘씸했고 대가 없이 책방에 맡기고 나오자니 내 팔자가 더 괘씸했다. 이제 나에게 값없는, 아니 값이 없어야 할 책이 되었지만, 당장 이 책을 팔아야 다음 시 공모전에 보낼 우편 값이라도 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