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by 쓴쓴

-37-

믿음 씨가 태희 씨를 처음 만난 날은 햇볕이 좀 강한 날이었다. 자신이 앉아있어야 할 곳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믿음 씨는 놀랐다. 건장한 청년이 앞뒤로 그네를 흔들 때마다 녹슨 철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는 소리가 났다. 이렇게 좁은 곳에선 쉽지 않은 만남인데, 반가운 마음에 먼저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그러자 그 하얀 얼굴이 몸을 움츠리며 대답했다.

- 저번에 우리 한 번 뵈었던 것 같은데….

- 제가 밖을 잘 안 나오는 편이어서요.

- 아 제가 착각했나 보네요. 그런데 여기서 뭘 하고 계셨나요?

- 제가 뭘 하고 있어야 하나요?

갑자기 들어온 퉁명스러운 말에 믿음 씨는 당황했다.

- 아니요. 어떤 의도로 물어본 건 아닙니다.

- 아, 죄송해요. 제가 좀 아파서요. 너무 예민하게 굴었나 봐요.

- 아닙니다. 제가 실례했습니다.

하며,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한 신호였는데. 하얀 얼굴은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화들짝 놀라더니 조심히 손을 맞잡았다.

- 그런데 어디가 아프신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옆 자리 그네에 앉아 하늘을 같이 바라보며 물었다.

- 우울증이라고, 아시나요?

순간 믿음 씨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하얀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서둘러 대답했다.

-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갑자기 상대가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 생각보다 멀쩡하죠?

- 아니, 그렇다기보다…

- 아니에요, 그 편이 맞는 표현일 거예요.


믿음 씨는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했다. 하긴, 이 동네에 온 후로 길게 대화를 나눈 사람 치고 사연이 적을 거라 짐작한 자신이 괜스레 멋쩍어졌다. 그리고는 서둘러 법전을 끌고 헌책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젠가 좋은 말동무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제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