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by 쓴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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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 씨는 중산층이라 불릴 만큼 경제적으로 넉넉한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도 태희 씨는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을 것이 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배가 자주 아프고 몸이 빨리 지치는 이유는 그저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운동 부족 탓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우울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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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통 알 수가 없다. 병 하나 앓았다고, 태희 씨는 이제 자유롭게 살 수가 없다. 내 마음대로 잘 수도 없고, 먹고 싶을 때 맘껏 먹을 수도 없다. 그림자의 시간을 기다릴 수도 없었고, 밤의 시간을 즐길 기회도 빼앗겼다. 의사는 자신에게 낮에 일어나고 밤에 자라고 한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다 믿음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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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씨는 마음이 불편하다. 일웅 씨가 자꾸 생각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법전을 이후로는 가지고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비치할 만한 빈 선반은 많았지만, 마음에는 더 이상 자리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분리수거장에 버리기로 마음먹는다. 무거운 책을 작은 수레에 묶고는 조심스레 문을 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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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 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자마자 인형부터 버렸다. 괜스레 인형이 자신의 병을 키운 것 같아 미워졌기 때문이었다. 항상 껴안고 자고 말도 걸어보던 친구 같은 존재였는데, 나를 어린애 취급하는 의사가 마음에 들지 않자 그때부터 인형이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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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 씨는 이제부터 어른 티 좀 내려한다. 남자가 뭐 인형 좀 좋아하면 안 되냐, 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큰 인형 하나 정도는 통 크게 버릴 수 있지, 라는 또 다른 목소리도 들려왔다. 좋았다. 태희 씨는 당장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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