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그리움이 있다. 글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는 달리 말할 수 없는 '바랄 망'이다. 다른 정서가 아니다. 언젠가는 내 삶을, 오롯이 남겨질 것으로 다 치환하고 말 거라는 불가능한 꿈을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부리는 것이었다.
알고 있다. 나의 삶이 그리 특별한 역사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러나 나에게만은 특별함을 넘어서 특이하기까지 한 삶의 모양들을 남기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나를 거의 유일하게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드는 행위였다.
글을 향한 외사랑은 그렇게 오래될 것 같다는 것이 내 사전의 오래된 정설이다. 오랜 기간을 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다. 나는 글이라는 대상을 정복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을 정복과 동치 시키다니 이 무슨 가부정적인 발언인가 하겠지만, 이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외경심이라 보면 좋겠다.
그러니 조금만 낮아지기를 바란다. 혹은 나처럼 어리석은 자를 위한 지름길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이 글의 산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간절해진다. 두려움을 걷어내고 정진하기를, 부담감을 내려놓고 기뻐하기를, 글과 함께 얼싸안고 즐거워하기를 언젠가는 그렇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