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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쓴 Mar 30. 2016

시를 그리다

시를 읽다. 시가 익다.

노래를 듣다 멜로디보다 가사가 들리는 날이 있습니다. 떠오르는 얼굴, 풍경, 추억들이 문장과 함께 살아납니다. 문득 한 구절이 귓가에 맴돕니다. 평소라면 무심코 가사를 불렀을 텐데 언제 이런 문장이 있었지 하며 문장이 튀어나옵니다.


마음에 흐르는 아련함, 푸근한 웃음이 아직 글자로 맺히지 않았을 뿐 모든 사람은 시인입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멜로디가 있어서 때로는 창공을 가르는 한숨으로, 세상을 적시는 눈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소망의 다짐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지나쳐 온 일들을 시처럼 기억합니다. 안개처럼 모호하지만 파스텔 무지개처럼 시를 남깁니다. 직접 읽어보기 전엔 가늠하지 못할 시처럼, 읽어보아도 다 알아채지 못할 각자만의 인생을 그립니다. 그러니 시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시처럼 쓰인 인생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시를 오늘도 읽습니다. 부는 바람처럼 생각이 지나쳐갈 때마다 커튼 뒤로 보이는 의미를 보려고 실눈을 떠보기도 합니다. 만물을 꿰뚫으려는듯이 쓰인 시어를 곱씹어봅니다. 한 구절에 감탄하고 한 구절에 눈물짓다 보면 어느새 먼저 도착해있던 과거의 나를 만납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정호승, '수선화에게'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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