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부림지구'에서 그게 무엇이든 예상과는 다른 장면을 마주할 것이다. 폭력성도, 얼굴의 그림자도 없다. 오로지, 흔들려버린 대지에 머무르는 자들의 시선은 '부림'의 중력에 묶여 돌뿐이다. 이곳에서 독자는 자신들의 터전을 떠올린다. 저 언덕 너머의 하늘에 사는 존재들이 아니라, 땅을 일구고 가꾸며 사는 이들로서 말이다.
또한 당신은 헷갈릴 수도 있다. 삶이 그려지던 곳을 뒤엎은 지진의 현장을 지나치게 담담하게 서술하는 이가 혹시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서술자의 시선에서 각 인물은, 살아왔던 방식을 최대한 비슷하게 실현하려, 곧 일상을 갈망하는 내면의 힘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부림'과 '벙커' 안에서 행한다.
때문에 감히 재난이 지루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마치 정밀묘사를 당하는 것처럼 지난하게 흘러가는 풍경들은 지나치게 조용하다. 리얼리즘을 느끼게 하는 이 풍경화의 소설은 진행되면 될수록 일기장처럼 느껴진다. 일기장의 주인이 어디선가 나에게 편지로 부친 것은 아닐까, 하면서 그가 주릴 때 나의 배를 괜스레 쓸어본다.
일상이라는 어떤 현상의 특성이 이렇다. 무심코 닥쳐오는 무언가와는 달리, 그것의 구성요소와는 상관없이 자신을 이어가게 만든다. '나'를 이어가게 만드는 것이 필요한 이들이 갈라지고 뒤엎어진 대지의 조각들을 찾아 떠돈다. 누군가 쏟아놓은 퍼즐을 다시 맞추는 셈이다. 하지만 그 그림은 이전과 같지 않으며 완성되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