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장마가 시작되기 하루 전, 하늘은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빛깔을 보여주었다. 솜사탕을 찢어놓은 것처럼 빛나는 하얀 뭉치가 여기저기 떠다니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덥기보다 뜨거웠던 날이었으니 차가운 얼음에 탄 시원한 음료를 천천히 즐기고 싶었다.숨을 고르며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태양의 열기가 최대한 몸에 스며들지 않도록 살금살금 걸었다. 마치 나는 이 세상의 더위와 상관없다는 것처럼. 이마와 목 뒤로 흐르는 땀방울이 느껴졌지만 무시하려 애썼다. '가만히 있으면 안 덥다'는 말은 그런 심오한 무언가다. 바깥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동시에 그곳에서 초월하는 것.
카페에 도착하니 뜬구름 잡는 것만 같은 내면으로의 여행 이야기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온 공기가 솜털이 머금은 열을 밀어냈고 피부에 깃든 여름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검은 카페인의 물이 명치 아래를 서서히 식혔고 약간의 오한이 들면서 유리창 너머의 빛이 아름답게 빛났다.
회색 구름은 예보보다 일찍 몰려왔고 이른 비가 우산 없는 독자를 방해했다. 에코백을 어깨에 걸쳐 매고 걱정과 함께 급히 나섰다. 얼굴과 팔 그리고 접히는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습기가 느껴졌다. 언덕을 내려가며 공기 중에 진하게 퍼져가는 흙냄새를 맡았다.
장마는 오지 않았다. 하룻밤으로 끝나버린 한국형 우기는 어제보다 더욱 청명한, 낮은 기온과 습도의 하늘을 남겼다. 구름은 덜 보였고 더 하얬으며 더 땅과 가까웠다. 깊숙이 어디 앉아 속 편한 얘기나 하면서 남은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래 이런 게 여름이지, 하다가도 이 정도만 되어도 여름을 보내겠다며 허세를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