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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쓴 Jun 09. 2016

책을 읽는 이유

책 속에 길이 있다. 나무처럼 뻗어나가는 이차선의 좁은 길들.

어떤 사람이 그랬다. 책을 읽으려 할 때에 자신에게 불편한 책을 찾으라고. 이 조언은 무엇이든지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라 온 사람에겐 힘든 도전이다. 게다가 본인이 지닌 천성이 조심스럽다 못 해,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가는 성격이라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한참을 두드린 돌이 깨지고 나서야 그는 한동안 주저앉아 졸졸 흐르는 물을 따라 생각했을 것이다. 아주 얕은 물이었다고. 겨우 손 가늠자로 재 본 두 마디 정도였다고. 손에 묻힌 물을 털어내고 신발 끈을 풀었다. 발을 적시는 유수는 아직 차다. 생각보다 해가 중천에 가까운데 조심스레 내디딘 걸음이 아직인지 벌써인지 삼 보 정도다. 햇볕에 마른 어느새 다다른 코 앞 돌다리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보니 맞은편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왜인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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