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헬리코박터로 광고하는 유산균회사가 있었다. 헬리코박터는 위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인데 이 녀석을 자신들의 음료로 없앨 수 있다는 광고였다.
그 광고의 효과는 대단했다. 제품이름은 몰라도 뭔가 똑똑해 보이는 헬리코박터란 이름을 사람들에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놈이 나에게 나타났다. 위내시경 검진에서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한다고 검사비 추가청구를 했다. 그래서 이 놈의 정체를 찾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위에서 기생하며 위궤양 속 쓰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였다. 심하면 암도 생길 수 있으니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해야 한다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생존력이 좋아 내성이 생기거나 한 번에 균이 제거되지 않을 수도 있다 했다. 그래 뭐 복잡한 놈이구나 하고 넘겼다.
며칠 후 헬리코박터 양성이란 결과를 받고 내가 뭘 해야 하지 멘붕이 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놀란 것이다. 헬리코박터이니 밥도 수저도 다 따로 관리해야 하나? 회식 때 나 헬리코박터이니 상을 좀 따로 봐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이 생겼나. 죄를 진 것도 아닌데 사람들에게 내 존재를 숨기게 만들었다.
아내마저 '나 옮은 것 아냐?' 하며 빨리 병원을 가라고 재촉한다. 서운하다. 병균취급을 당해보니 이 놈이 더 미웠다.
아이들한테 말하면 병균취급할까 봐 우리 부부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음식은 조심하면서 거리를 뒀다.
아내의 채근에 몇 주 후 병원을 찾았다.
약처방을 하면서 위궤양이 있으니 보험처리가 된다고 했다. 2주 치의 약을 탔다. 24000원 비보험이면 8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약에 대한 부작용 글들을 찾아봤다. 간혹 설사를 하고 속이 안 좋고 입맛도 떨어진다고 했다. 약이 독하니 꼭 밥을 먹은 후에 먹으라고 한다. 아. 유벌난 놈 때문에 2주간 꼼짝없이 당해야 한다.
두려움에 떨었다. 혹시 밖에서 급설님이 찾아오면 어떡하지? 만일을 대비해 토요일에 약을 먹었다. 내 몸을 기민하게 살폈다. 다행히 속은 조금 불편했지만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차 성공률이 70에서 80프로라고 한다. 빨리 이 고난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름만 조금 멋진 헬리코박터 이 놈을 모르면 좋았을 걸. 알고 나니 괴롭다. 자꾸 의식하게 된다.
나는 이 사실을 회사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영원히 비밀에 부칠 테다.
(2024년에 씀)
PS-지금은 말끔히 다 나았다는....
그러니 가급적 모든 음식은 덜어먹자 하시라.
상대가 헬리코박터를 선물로 줄 수도 있으니......
치료 후 확실히 속 쓰림이 없어지니 꼭 치료를 받으시길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