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는 가격이 싸다는 걸로 소구 한다. 일본의 100엔 샵을 따라 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지분도 일본 다이소의 투자를 받았다. ‘다있소’라는 의미로 이름을 다이소로 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로는 일본 다이소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국내에 다이소가 뜨면서 한국업체니 일본업체니 말이 많았지만 23년에 한국(다이소 아성산업)에서 일본 지분을(34%) 다 사들여 이제는 한국 기업이 되었다고 한다.
가격이 저렴해 비닐장갑이나 일회용품을 사러 다이소에 간다. 가끔 아이디어 상품을 구경하러 산책 겸 방문할 때도 있다. 어떻게 이 가격이 나오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가끔 유해물질로 구설수에 오르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납품 업체들이 원가를 줄이려고 이것저것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품도 다양해 미쳐 직원들이 일일이 확인을 다 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노트에 필기를 하기 위해 검정 수성펜을 샀다. 천 원에 두 자루니 가성비가 좋은 셈이다. 그런데 두 자루 중 하나를 반정도 썼나 아니 그보다 더 적게 쓴 어느 날 볼펜 볼이 자리를 떠나버려서 망가 젔다. ‘싼 게 그렇지 뭐’하고 욕을 하면서(남들이 못 듣게 속으로) 두 번째 펜으로 다시 기록을 했는데 정확히 첫 번째 것과 비슷한 사용량 지점에서 볼이 나갔다. 우연의 일치일까. 전문용어(?)로 이 볼펜의 볼 사용 마진이 딱 여기까지 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반밖에 못 굴리는 능력의 펜이 500원인 셈이다. 한 자루만 불량이길 바랐던 내가 두 번째에 똑같이 이런 일을 경험하니 사실 화가 났다. 누군가가 들었다면 고작 천 원에 이렇게 화를 내는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할 것 같다. 하지만 이건 가성비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린 다이소란 관념에 저항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만 성능을 발휘한다면 만족한다. 우리의 기대치가 거기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대치가 절반만 충족된다면 반대로 실망과 화가 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다시 내가 다른 좋은 펜을 샀을까? 아니. 나는 0.35미리의 다른 다이소 상품을 샀다(기존 제품은 0.5미리). 왜 그랬을까. 계속 다른 제품을 테스트하고 싶은 걸까. 그 이유 첫 번째는 독서를 하고 난 뒤의 느낌을 휘갈겨 쓰는데 펜에다 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고 두 번째는 다이소가 주는 가성비의 매력에 아직 벗어나지 못해서다.
나는 스쿠루지 영감이 아니다. 그렇게 많이 아끼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비를 찾는 나는 언제나 최소 비용에 최대효과를 바라는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인 것 같다. 다이소 볼펜으로 투정하는 내가 다소 어이없지만 그래도 다이소가 나를 더 이상 배신하지 않길 바라본다. 지질하게 볼펜비용 아끼는 내가 되지 않게 하기를 다이소가 그 기대에 부응하길 강력히 촉구해 본다.
Ps- 몇 달이 지난 지금 0.35미리 수성펜은 두 자루를 다 쓰고 또다시 사서 쓰는 중이다. 다이소는 나의 작은 기대에 부응했다. 작은 기쁨이 다이소를 찾는 이유다. 그래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듯 좋은 제품을 만나는 것 그것 하나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