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오는 나이
아침부터 왼쪽 종아리가 아프다. 절뚝절뚝 걸었다. 어제 헬스장에서 러닝을 무리하게 했나 생각했지만 평소에 하던 만큼만 했기 때문에(50분 정도) 이유가 안될 것 같다. 회사에서 불편하게 다리를 걷고 있는 나를 보더니 동료가 ‘근육은 없는데 매일 뜀박질을 하니 그렇지요’라며 원인을 분석한다. 헬스장에서 근육운동은 안 하고 러닝만 하고 있는 운동 스타일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꼭 그것이 불편의 원인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그녀는 나이가 아직 사십 대가 아니기 때문에 내 또래의 중년 남자들 다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십 대 중반이 되어 이유 없이 찾아오는 몸의 불편을 그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부모님들이 늘 말씀하시던 ‘몸이 쑤신다’는 말을 매번 깨닫게 순간들이 자주 찾아오는 그 느낌을 말이다. 이유 없이 오는 통증에 묵묵히 ‘며칠 있으면 가라앉겠지’ 하며 병을 내 집에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처럼 대하며 사는 날이 더 많아질 것 같다.
퇴근 후 집에 오니 살짝 미열이 오른다. 코로나든 뭐든 열이 오르는 건 기분이 안 좋다. 열감이 무기력하게 만들어 몸이 컨디션을 잃기 하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라떼인가?) 이 정도즈음이야 하고 버티었겠지만 이제는 그럴 용기가 없다. 내일을 생각하는 K-직장인인 나는 타이레놀 한 정을 먹고 잠을 청한다.
아 세월이여! 오십에는 얼마나 자주 또 이 불청객이 머물다 갈까 생각하니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태어나지 않는 게 제일 운이 좋은 걸까란 발칙한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내 이 손님이 장기 투숙이 하지 않길 바라며 “아프지만 말자. 오십 대에 난 이태리 지중해에서 쉼을 얻고 유럽도 둘러봐야 한다. 내 버킷리스트를 망치지 마라. 내 몸아 그때까지 나는 살아야 한다.”라며 손님께 부탁 아닌 지시를 해본다.
슬픈 기운과 기분 나쁜 열감에 정신없는 밤을 이렇게 보낸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의 외로움 고독을 느끼며 나는 침대에서 등을 돌리며 다른 세상에서 꿈을 꾸고 있는 아내를 보며 잠을 청한다. 너와 나의 다른 세계 한 침대에서 두 우주는 따로 운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