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성공적으로 수업에 늦지 않았다. 이게 얼마만이야. 맨 앞에 서서 체조를 하고 맨 앞에서 기다리니 선생님의 말소리가 아주 또렷이 들렸다. 그동안 지각을 하거나 뒤에 서 있느라 못 들은 이야기. 자유형 발차기 한 바퀴, 배영 발차기 한 바퀴, 그다음에 팔 돌리기 두 바퀴. 이 반에선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이 조금 더 짧군. 세 번째 자리쯤 서 있자 지난주 토요일에 나에게 칭찬을 건네시던 할머니께서 “이제 먼저 가. 업그레이드했으니까.”라고 하셔서 정말 막 진화한 포켓몬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확실히 발차기 속도가 빨라지긴 했다. 처음 한 바퀴는 음파음파를 하며 돌았는데 역시나 두 다리 뒷면이 너무나도 뻐근해서.. 두 번째 바퀴는 그냥 킥판 앞부분을 잡고 순수 발차기만 했다. 조금 살 것 같았다.
그다음은 킥판 잡고 팔 돌리기다. 다른 분들과 똑같이 킥판을 잡고 팔을 돌린다! 너무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았지만 (다른 선생님 말처럼) 이 악물고 달렸다. 중간에 한 분을 먼저 보내드리긴 했지만, 큰 지체 없이 무난히 다녀온 것 같다. 피드백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녀오니 선생님이 땅콩볼을 건네시며 땅콩볼을 끼고 킥판 잡고 팔 돌리기를 하라고 하신다. 그래서 땅콩볼을 허벅지 사이에 장착하곤 한 바퀴를 돌고 왔다. 이건 코어 힘을 더 주기 위한 연습일까? 코어에 조금 더 집중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 바퀴를 돌고 오니 선생님이 발차기를 하지 말고 팔만 돌려서 다녀오라고 하셨다. 그게 가능한가?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기억이 되살아났다. 지난주에 유아풀에서 했던 팔 돌리기 연습이구나! 몸이 마구마구 뒤흔들려 뒤집어질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괜찮았던 것 같다. 게다가 일주일 동안 지겹도록 했던 똑같은 연습에서 벗어났고 발차기까지 안 해도 되니 너무 재밌었다. 물놀이를 온 것 같은 흥겨움! 팔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왕복으로 몇 바퀴를 다녀올 수 있다니! 정말 신이 나서 4-5바퀴는 돌다 온 것 같다.
선생님은 중간에 내가 손바닥이 나오게 팔을 돌려야 한다고 하셨지만, 물속이라 잘 들리지 않았다. 출발 지점 근처에서 멈춰 설명을 다시 들으니 왼팔을 돌릴 때 똑바로 나가지 않고 이상한 원을 그리며 간다고 하셨다. 다른 부위에는 힘을 빼고 팔로만 움직이라고 했다. 이 틈을 타 그럼 어디다 힘을 주고 하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분명 방금 힘을 빼라고 했는데 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셔서 얼른 배에만 힘을 줘야 하는 거냐고 물었다. 몸이 흔들리는데 힘을 아예 안 줄 수는 없으니까. 배에 힘주는 건 맞다고 하셨다.
그렇게 신나는 시간이 끝나고.. 선생님은 이번에는 거북이 등을 차고 맨손으로 해보라고 하셨다. 하아.. 이제 물을 마음껏 마실 시간이 왔구나. 나는 다시 바보가 되었다. 그래도 맨손으로 했는데 끝까지 갈 수 있었다! 교통 정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도한 거였는데.. 헐!! 끝까지 가버렸다!
그런데 본격 잔소리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의 몸은 다시 오른쪽 사선 앞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통제와는 거리가 약간 멀어졌다. 선생님은 나에게 입이 어디에 달려 있냐며, 입은 입자리에 있지 미간 있는 곳에 있는 게 아니라고 고개를 들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씀하셨다. 편하게 누워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파-를 할 때 다리를 앞으로 차지 않는다고 하셨다. 잘 이해를 못 하고 있자 옆으로 누워서 파 자세를 만들라고 하시더니, 벽을 향해 오른발을 차라고 하셨다. 발을 찼는데 뒤가 아니라 앞으로 차라고 하셨다. 발이 몸 라인보다 앞으로 가야 하는데 계속 뒤로만 향해 헛발길질을 하니까 몸이 계속 뒤집어진다는 것이다. 몇 번의 호통과 잔소리를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오른발이 약하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벽을 향해 앞으로 차려고 의식하니까 찰 수 있는 거였다.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였던 거다.
(이 글을 쓰다가 오후-저녁 내내 이어진 어떤 일정 때문에..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그 일정을 치르고 나면 수영 수업이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을 졸였는데, 역시나다. 나는 늘 내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품고 사는데, 무언가를 잘 기억하고 기록하는 사람들이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쓰다 보니, 타인의 기록도 결국엔 어딘가 날조된 것이 아닌가 그저 확신을 가지면 그만이 아닌가 싶다.)
또 팔을 과하게 뒤로 넘기려고 하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몸이 뒤집어진다고 하셨는데, 화를 막 내면서 팔을 왜 뒤로 하냐고 내가 언제 그렇게 가르쳐줬냐고 따지셔서 잠시 벙쪄 있었다. 팔이 뒤로 넘어가버리는 것도 쉽게 인지하기는 어려웠다. 자유형을 연습할 때 킥판으로 내 어깨와 손을 터치해주셨는데 이것도 제대로 이해하질 못했다.. 아마도 지난주 화요일에 들었던 설명과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선생님은 남은 시간에도 다시 짜증과 화를 섞어 코칭을 해주셨고, 마무리 체조가 시작되려는 순간 큰 소리로 자유형을 다시 해보라 하셨다. 다른 선생님이 체조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기다리며 침묵하길 두어 번.. 나는 사람들이 있는 쪽과 등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눈치를 보고 계신 것 같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선생님이 서열 1위라는 걸. 첫 주 외에는 체조도 하시는 걸 못 봤기 때문에 추측만 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전체 수업의 흐름에 지장이 가도록 소리를 지르니, 확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나머지 수업이다. 팔 돌리기를 하며 나가는데, 팔을 뒤로 까지 않으려고 (사실 이건 무용을 배울 때도 정말 지긋지긋하게 들었던 설명이다) 의식하고 파- 발차기도 수직 방향으로 하도록 노력했다. 그랬더니 아까보다 훨씬 낫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내가 어리둥절해 보였는지 다른 이야기를 하셨다. 자신의 수업 방식이 월수금 선생님과 다를 수 있다며, 그 사이에서 내가 필요하거나 내게 맞는 것만 잘 가져가면 된다고 하셨다. 내가 어리둥절했던 건 선생님의 다혈질적 성향 때문이었는데... 나는 헷갈릴 정도로 특별히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없다고 하셨다. 다만 월수금에서도 늘 오른발 차는 힘이 약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건 다리 힘이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하시며, 한 가지를 더 말씀하셨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벽과 레일을 양손으로 잡고 수직으로 서서 발차기를 해보라고 하셨다. 처음엔 몸을 똑바로 세워서 발을 앞으로 차기, 두 번째엔 발을 뒤로 차기. 이때 발차기가 뒤로 가면 고개도 뒤로 젖혀지고 몸도 뒤로 휘어서 허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냐고. 그렇다, 나는 계속 두 번째 방식으로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체형 문제 때문에 더 심해진 것 같다.
그 설명을 하는 도중에 마무리 체조가 벌써 끝이 났고 선생님은 다시 레인 앞쪽까지 한 번 더 연습하면서 가라고 하셨다. 연습이 끝나고도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다음 수업 시작 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마무리하셨다. 내가 내일도 해야 하는데 더 하면 병난다고 말이다. 이 정도 운동 강도에 병이 날 리가 없는데.
아무튼 이 선생님은 내게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주고 그걸 얻기 위한 효과적인 운동 방법을 잘 알고 계신다. 다른 반 선생님도 설명을 정말 잘해주시지만 두세 분이 약간씩 다른 시선으로 알려주시는 게 좋다. 월수금 반과 화목토 반이 많이 달라서 둘 중 하나만 신청했다면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게다가 이 모든 게 단체 수업이니 말이다.
아참, 그리고 소중한 칭찬은 남겨야지. 업그레이드했다고 알려주신 할머니가 이 날도 수영을 예쁘게 잘 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 이야기를 다른 할머니도 전해 들으셨는지, 예쁘게 잘 한다고 하더라ㅡ며 (샤워장에서 부딪힌 김에 이뤄진 약간의 대화였다) 말씀해주셨다. 할머니에게 받은 칭찬이지만 너무 기쁘다! 아무래도 그간 무용을 열심히 연습해 온 빛을 여기서 발하는 것 같다. 그리고 수영을 통해 배운 몸의 정렬이라던가 이런 잔잔한 팁을 다시 무용에 적용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것이야말로 배움의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