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물속에선 눕기도 힘드네

by 속삭이는 물결

충분히 자고 충분히 휴식한 다음날. 그러나 욕심 많은 내 몸은 더 쉬고 싶어! 하며 부르짖는다. 늦잠을 잤고 자전거를 타고 슝슝 떠났지만, 얼마 가지 않았는데도 너무 피곤했다. 샤워장과 수영장에는 놀랍도록 사람들이 없었다. 다들 나와 같은 상태일까? 그리고 벌써 목요일이다. 믿을 수 없는 시간의 속도. 그리고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나의 상태. 두려움에 대한 고찰은 시작도 안 했다.


아무튼 오늘은 선생님이 거북이 등을 인원수에 맞게 가져오셨다. 모두가 거북이 등을 차고 시작. 단 오늘은 자유형 발차기가 아니라 킥판 들고 평영 발차기 3바퀴로 시작이다, 물론 나만 빼고. 나는 킥판 잡고 팔 돌리기부터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평영은 속도가 느린 관계로 내가 선두주자를 맡았다. 맙소사. 힘들어서 쉬엄쉬엄 해도 추월당할 일이 없어서 어딘가 안심이 됐다. 3바퀴를 돌고 힘들어서 서서 기다렸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선생님은 두 번째 레인의 중급자 분들을 코칭하느라 바빠 보이셨다. 그랬더니 그때 그 할머니께서 선생님도 안 오시는데 한 번씩 더 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출발했다. 얼른 다녀와서 쉬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영기 영차. 그랬더니 선생님이 거북이 등을 찬 채로 자유형 3바퀴를 돌라고 하셨다. 나도 킥판 없이 맨손으로 팔 돌리기 연습을 했다. 하면 할수록 다리가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통제가 안 돼.. 그 사이에 팔을 뒤로 보내지 말라는 지적을 또 받았다. 엄지만 스치게! 아, 이것이 바로 그 전날 들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던 피드백이다. 허벅지는 모든 손가락이 아닌 엄지만 스쳐야 한다. 그리고 팔은 적당히 뒤로 가야 한다. 팔의 움직임에 제한을 두니 몸이 더 가라앉는 듯했다..


그렇게 3바퀴를 돌았나? 원위치로 돌아오니 낯선 사람이 생겨 있었다. 다시 보니 선생님이 수영복을 입고 물속으로 들어와 계신 거였다. 아니 무슨 일이지.. 선생님은 어떤 분께 자유형 팔 돌리기에 대해 설명하며 시범을 보이셨다. 내가 들은 피드백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팔을 대각선 뒤로 보내라는 것 같았는데, 나는 봐도 이해하질 못했다.


그리고 나선 내게 거북이 등을 등이 아닌 배 앞으로 차라고 황급히 지시하시곤, 다른 회원들 모두에게 평영 팔 돌리기 방법을 알려주셨다. 매우 열정적으로 말이다. 이 분들께서 공간의 1/3을 쓰고 계셔서 나도 자유형 연습을 하러 떠나지는 못하고 그냥 옆에서 따라 해 보았다. 마치 기체조를 하는 것 같았다. 가지런히 모았던 두 손을 옆으로 벌려 조폭 형님 포즈를 만들고 순식간에 합장을 한 다음 다시 앞으로 뻗는 동작이었다. 마치 기체조 같았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이 난해한 동작의 쓸모는 무엇인가, 평영은 안 배워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평영 발차기를 하면서 이 팔 동작을 같이 해보라고 하시며 사람들을 차례차례 내보냈다.


그리고 갑자기 내게는 이제 배영을 배울 거라고 하셨다. 거북이 등을 앞으로 차라고 하실 때부터 설마? 했지만 진짜로 오늘 배우게 될 줄이야. (혹시 내 브런치를 알고 계신 건 아니겠지? 바로 전날 밤에 배영을 배우고 싶단 이야기를 발행했으니, 보실 시간도 없으셨을 거야. 게다가 브런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채널이고. 애써 걱정을 지워 보려고 했지만, 보셨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차렷 자세로 누워서 발차기를 반복하는 것이 첫 번째 연습 과제였다. 발차기 방법은 자유형과 똑같았다. 무릎 아래가 아닌 허벅지 힘으로 다리를 찰 것. 그러나 무릎 아래도 유연하게 움직여 줄 것. 음-파- 구령을 맞춰주셨지만 나는 음- 할 때는 숨을 들이마시고 파- 할 때는 숨을 내뱉는 지상 호흡법을 했다. 뭐가 맞는 거야..?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게다가 선생님이 핸즈온 해주실 때는 어째 저째 되는데 혼자서 중심을 잡아보려고 하면 매번 실패였다. 선생님은 다른 모든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코칭하기 바쁘셔서 내가 얼마나 엉망으로 자습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엉망진창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는 만세를 하고 해 보라고 하셨다. 두 손을 겹쳐서 뻗는 건지 벌려서 정말 만세를 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으나, 이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생님이 자세를 빚어주실 때는 어떻게라도 되는데 혼자서는 불가능이다. 게다가 콧속으로 물도 계속 들어온다. 선생님은 호흡법이 똑같다며 물에 들어가면 코로 뱉으라고 하셨다. 내 머리를 물속으로 넣었다 뺐다 하시면서 음-파-를 시키셨다. 음.. 뭔가 상냥한 고문을 당하는 기분. 그런데 배영을 하면서도 이렇게 음-파-를 해야 하는 건지? 그 무엇도 이해가 가진 않았다.


선생님은 그렇게 한 번 모양을 만들어주시곤 이제 저 4/5 지점까지 배영으로 가보라고 하셨다. 네..? 4/5 지점이 되면 다시 엎드려서 자유형으로 끝까지 가면 된다고 말이다. 네..? 선생님이 너무 쉽게 말하셔서 그게 쉽게 되는 일인가 보다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혼자 힘으로 제대로 눕지도 못했다. 계속 누워보려고 시도했으나 콧속으로 물이 계속 들어왔고 그럼 나는 벌떡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코의 매운 기를 가셔 보려고 했다. 결국 발차기를 시도해 보기는커녕 몸을 제대로 띄우지도 못한 채 시간을 다 보냈다. 선생님이 근처에 오셨을 때 몸이 안 떠서 아무것도 못했다고 하자 다시 잡아주시며 시범까지 보여주셨다. 일단은 엉덩이를 들어 올려야 한다고, 거기서 발차기도 더 위로 위로 해야 한다고. 하, 말이야 쉽다..


이렇게 오늘은 배영을 새롭게 배우게 되어서 기뻤지만.. 코로 물만 마시다 끝났다. 내일도 배영을 배우게 될까? 월수금 선생님이 오늘 고급반을 지도하시면서 내가 허우적대는 걸 보긴 하셨을 텐데.. 모르겠다.. 갑자기 욕심이 겸손으로 바뀌었다. 일단은 코가 안 매워지는 방법만이라도 배우고 싶다. 콧속으로 들어와 내 몸의 일부가 됐을 수영장 물의 온갖 냄새가 한동안 내 입 안을 가득 메우는 것 같아 심히 어지럽고 불쾌했다. 이제는 코로 들어온 물을 입으로 넘겨 뱉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나.


그나저나 오늘은 낮잠도 안 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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