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볼 잡고 자유형 발차기 한 번, 자유형 팔 돌리기 한 번, 땅콩 볼 허벅지에 끼고 자유형 팔 돌리기 한 번, 땅콩 볼 없이 자유형 두 번. 그리고 자유형 연습이 아쉽다는 수강생 한 분의 의견으로 자유형 두 번 더. 팔을 더 사선으로 뻗어내라고 하셨던가. 이날 들은 피드백도 몇 개 없지만, 일기 쓰는 걸 미루니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 내가 맨손으로는 끝까지 가질 않았다. 수심이 깊으니까 무서워서였다. 선생님한테 걸렸다. 그 전날 수업 때는 절반까지밖에 가지 않았는데도 암소리 않으시더니. 선생님 지시대로 끝으로 이동했다. 물론 수영해서 아니고, 스파이더맨처럼 벽 잡고 클라이밍하듯이. 선생님은 타일 잡고 깡충깡충 뛰기를 시키셨다. 무릎을 펴고 뛰되 지면에 바닥이 닿으면 무릎을 굽히는 거다. 물이 별로 깊지 않음을 알려주시기 위한 예제인 것 같다. 이제 끝까지 안 갈 핑계가 없다. 키가 170이 안 되는데 1.7미터 수심에서 어떻데 자연스러움을 느끼겠는가. 나는 스파이더맨이다!
하나 더 생각났다. 내가 왼쪽 어깨를 충분히 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건 선생님이 팔 돌아올 때 각도를 좁히라고 해서.. 의식하다 보니 양 어깨를 똑바르게 두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이걸 고치면 저게 헝클어지고. 아 어쩌란 말이냐.
나머지 시간은 배영 발차기와 배영 팔 돌리기. 거의 자율학습이었다. 팔 돌리기는 그 전날보다 훨씬 나아진 느낌이었다. 몸이 휘청거리지도 않고 팔을 자연스럽게 돌리게 됐다. 선생님은 나에게 팔을 옆으로 내리라고 하셨는데 나는 마침 물을 너무 깊이 훑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게 그 말인가? 싶었는데 귀찮아서 더 물어보질 않았다. 팔 돌리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데 팔뚝살이나 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온몸에 힘도 잔뜩 들어간 채로 하고 있을 것이다.
수영이 재미없어진 기분이 처음으로 들었다. 보통 실력이 정체되면 권태기라고 느낀다. 특히 성과도 실패도 없을 때 더더욱.. 그러나 이 경우엔 내 마음이 문제지, 수업은 문제가 없다. 헤쳐나갈 힘도 없고 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