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태기 아주 오래간다. 최근에 면역력이 훅 떨어져선 여기저기 안 좋은 데가 생겼다. 분명 푹 자고 푹 쉬었는데.. (잠은 내내 잤고, 고기도 잘 챙겨 먹고 야채도 열심히 먹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 스트레스는 아무리 숨기려고 뒤덮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방심하는 순간 훅 찾아와선 사람 속을 헤집어 놓는다. 아니 스트레스가 아니라 상처라고 불러야 할까. 내가 얼마나 예민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요즘. 휴식은 크게 도움이 되질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내게 필요한 건 사랑이 아닐까. 아니, 추앙이 필요하려나? 한 번도 채워지지 못한 미정이처럼.
재등록을 앞두고 하기 싫다는 마음이 너무 심각하게 치솟고 있다. 그러다 준비 체조를 하면서 생각했다. 수영이라도 안 하면 우울의 심해로 영원히 가라앉을 것 같다고. 그러니까 계속하자고. 물론 순간적인 결심일 뿐이었고, 나는 내내 게으른 마음에 지고 있다.
자유형 발차기 두 바퀴, 배영 발차기 두 바퀴. 어쩐지 속도는 더 느려졌고, 몇 명 되지도 않는데 한참을 뒤쳐져선 수업 흐름에 방해를 놓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됐다. 다행인지 뭔지 내 뒤에는 할머니 두 분이 계셨으니 조금은 위안을 삼기로 한다. 그다음엔 배영 양팔 돌리기였다. 단체로 두 바퀴. 양팔을 동시에 만세 자세로 들어 올리는데 물이 많이 튈 테니 음-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양손의 날이 같이 물을 밀어내며 허벅지 옆으로 도착하기. 배영 초보인 나를 위한 과제가 아닐까 싶었는데, 다들 이 연습은 처음 해보는 것 같았다. 배영이 은근 더 어려운 영법인가 봐.
고개를 최대한 뒤로 젖히려고 했다. 다리가 얼마나 많이 가라앉는지 레인 중간까지 왔는데 바닥을 걷듯이 짚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허벅지 옆에서 8자를 그리며 다리를 띄워보려고 했지만, 내 모습이 보이질 않으니 얼마나 떠 있는지, 내 몸이 수평을 이루는지 알 길이 없었다. 선생님이 잔소리를 하기 전까진 말이다. 선생님은 내가 상체만 띄우려고 하다 보니 다리는 축 처져있다고 했다. 다리도 띄워야 한다고. 유튜브에서 봤을 땐 다리가 가라앉는 건 정상이라고 했는데... 폐에 공기가 차 있기 때문에 상체는 쉽게 뜨고 하체는 가라앉는다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팔을 머리 위로 들어야 한다고.
그럼 엉덩이에 힘을 주고 들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다. 골반이 주축이 되어 다리가 움직인다는 설명을 하신 것 같다. 양팔을 함께 올렸다 내리니 물을 밀어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선생님은 바로 이 느낌을 찾기 위해 하는 운동이라고 하셨다. 그다음엔 바로 양팔을 교차하며 배영 두 바퀴다. 한 팔이 머리 위로 올라갔을 때 일시 정지하듯 기다리기, 그 팔을 내릴 때 다른 한 팔을 동시에 올리기. 어제 귓동냥으로 들었던 피드백과 동일하다. 이렇게 느릿느릿한 과제를 수행하고 나니 어느새 수업 시간은 11분 만을 남기고 있었다. 배영 자체가 느리지만 코에 들어간 물을 뿜어내느라 시간을 허비한 탓도 있었다.
이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평영 발차기 연습을 시작했고, 나는 자유형 연습을 시작했다. 오늘도 잘 되질 않았다. 고속도로 뻥뻥 뚫려 있는데 속도는커녕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는 죄인 여기 있습니다. 선생님은 내가 너무 급하게 한다고 했다. 엄지가 허벅지를 스치지도 않고, 팔은 과하게 뒤로 넘어간다는 이미 서너 번은 들은 지적을 똑같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처음 배운 작은 동작들을 무시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영 못하니 선생님은 내게 킥판을 잡고 움직이라고 하셨다. 킥판을 잡고 팔 돌리기를 하니 세상 편했다. 역시 이 연습을 먼저 해야 맨손으로도 될까 말까다. 킥판을 잡고 하는데 팔을 꺾으라고 하셨다. 이게 팔꺾기인가? 물을 밀어낼 때 팔꿈치를 굽히는데 팔꿈치의 위치는 그대로 두고 아랫 팔만 뒤로 보내는 것이다. 나는 아주 느리게 분절하듯 움직였다. 그렇게 느리게 움직이는데도 전진이 가능한 건 아마도 킥판 덕분이겠지. 그렇게 아리송한 연습이 끝나고 마무리 체조가 시작됐다.
오늘은 평소에 안 보이던 게 보였다. 레인에 곰팡이가 슬어 있는 것이었다. 요즘 부쩍 수영장 청소는 매일 하는 건지, 물도 매일 가는 건지, 궁금해진 차였다. 타일이 무척 미끄럽기 때문에 청소를 매일 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더 미끄러워지는 것 같아, 아무래도 사태가 심각한 것 같았다. 요즘 피부도 여기저기 가려운 곳도 많은데.. 괜히 위생에 신경이 쓰인다. 저렴한 구 시설이라 어쩔 수 없는 걸까. 이런 건 감안해야 하는 걸까. 복잡한 마음이 이래저래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