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잘 안 되는 이유는 정해져 있다

by 속삭이는 물결

왜 수영 갈 시간만 되면 몸이 천근만근인지 모를 노릇이다. 새벽에 잠시 깨면 분명 정신이 맑은데.. (사실 오늘은 새벽에 깨지도 않았다.) 수영 수업을 들은 지 만 40일째다, 결석일 빼고 휴일 빼고. 두 달 빼기 열흘. 딱 7주. 장하다, 기특하다. 나 자신을 그만 갈구고 이렇게 보듬고 칭찬해 주자.


게다가 내일은 지방선거일이라 수영을 강제로 못하고, 돌아오는 월요일도 현충일이다. 직장인일 때는 왜 더 없냐고 툴툴대던 빨간 날이, 수영 학습자가 되고 나니 아쉬울 따름이다. 100% 그런 마음은 아니고, 무식하게 주 6일을 끊었기에 피곤할 때는 휴일이 반갑기도 하다. 이렇게 파도치듯 오락가락하는 사소한 감정이 귀를 기울여선 안 되건만..


아무튼 그런 이유에다, 지난 목요일에도 빠졌으니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었다. 인원은 나 포함 4명, 휴일 전날이라 그런지 오늘도 사람이 적었다. 준비 체조를 하다가 잠수하는 동작이 나오곤 귀마개를 깜빡한 사실을 깨달았다.


시작은 자유형 발차기 두 바퀴. 괜히 할머니 한 분을 먼저 보내드렸더니 조금 가서 기다리길 반복이었다. 키도 크시고 잘하셔서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늘 나를 칭찬해주시던 그 할머니는 끝까지 가질 않으시고 깃발이 있는 지점에서 유턴을 하셨다. 나는 아주 차근히 기초를 다지자는 마음으로 발차기를 정성껏 연습했다.


이번에는 허벅지에 땅콩을 끼우고 킥판 잡고 팔로만 헤엄쳐 가기 세 바퀴. 아주 오랜만에 하는 연습이다. 지난번에 했을 때보다 더 안정적으로 하는 나를 발견하고 약간 뿌듯했다. 지루해도 꾸준히 연습하는 일의 힘이다. 그러다 중간에 선생님에게 붙잡혔다. 이미 여러 번 들은 지적인 것처럼 익숙하다. 선생님도 지긋지긋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알려주시는데, 오늘은 드디어 제대로 이해를 한 것 같다. 지난주에는 선생님이 알겠냐고 되물었는데, 당당하게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니 얼마나 장족의 발전인가.


1) 왼팔만, 팔이 돌아오기 직전에 팔의, 손날의 방향을 바꿔버린다. 배영을 배우면서 시작된 이상한 버릇이 아닌지 추측해 본다. 손날은 계속 몸의 바깥쪽 또는 천장을 향한 채로 들어왔다가 나가야 한다. 무조건 엄지가 리드.

2) 왼팔만 물을 밀 때의 방향이 이상하다. 너무 안으로, 또는 너무 밖으로 향한다.

3) 허벅지를 엄지만 스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다시 한번, 무조건 엄지가 리드해야 한다.

4) 열 손가락은 최대한 붙인다. 엄지도 포함이다. (이건 책에서 봤는데 4-8mm 사이로 벌리는 게 이상적이라고 했지만, 나는 초보니까 지나치게 벌리는 걸 차단하기 위해 붙여야 하는 것 같다.)

5)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이걸 신경 쓰면서 다시 연습을 하다 보니 팔뚝이 묵직하게 아파왔다. 팔 쓰는 방향을 고쳐서 아픈 건지, 팔로만 3바퀴를 돌아서 근육이 피로를 느끼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숨 쉬는 것도 점점 답답해져 왔다. 음-을 할 때도 파-를 할 때도 숨을 제대로 쉬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산소가 부족한 느낌에 머리가 아파왔고, 승모근은 경직되었다. 팔만 계속 쓰다 보니 무리가 온 것 같기도 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않고 수영을 해서 그런 것 같았다.


산소가 부족한 느낌이 들긴 해도 생각보다 지치진 않았다. 팔 돌리기보다는 발차기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구나, 싶었다. 발차기를 안 하니 운동량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만 느끼는 줄 알았던 휘청거림을 다른 분들도 느끼고 계신다는 거다. 팔로만 가는 연습을 하는 덴 이유가 있다.


이번에는 킥판만 놓은 채로 똑같이 팔로만 가기 2바퀴. 킥판을 잡고 할 때보다 몸통이 더 휘청거리고, 나도 모르게 발도 슬쩍씩 움직인다. 모든 지적을 꼼꼼하게 생각하면서 움직였다.


그리고 맨손 맨몸의 자유형 연습 시간. 5바퀴나 발차기 없이 헤엄치다 갑자기 발차기를 시작하니 왼쪽 장요근에 힘이 확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엉덩이도 햄스트링도 발목도 활성화되고 있었다. 역시 다리를 움직여야 운동도 되고 힘도 든다. 수영을 하면서 엉덩이 살이 부쩍 빠졌다. 작년 이맘때와 몸무게는 거의 똑같은데, 작년엔 못 입던 바지가 쑥 들어가게 된 것도 유산소 운동인 수영 덕분인 것 같다. 더 많이 쑥쑥 빠졌으면 좋겠는데.. 정체밖에 모르는 내 몸뚱아리.


자유형이 끝나고 나서였는지, 선생님이 모두에게 말씀하셨다. 몸의 중심이 어디인가요? 허리요, 배꼽이요. 그런데 그 중심이 가라앉으면 안 되겠죠? 여러분은 숨을 쉬려고 상체를 드는 습관이 있는데 그러면 하체가 가라앉습니다. 몸을 수평으로 유지하려면 상체를 더 숙이셔야 합니다. 다 아는 이야기다. 내 몸이 체득하지 못했을 뿐.


이제 배영 시간. 배영 발차기 연습 없이 바로 배영 팔 돌리기에 돌입했다. 세 바퀴. 처음엔 두 손을 겹쳐서 만세 자세로 시작해, 한 팔을 먼저 옆으로 내린 다음, 천천히 두 팔을 교차하며 움직인다. 그리곤 토요일과는 다르게, 팔은 뒤가 아닌 옆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살짝 치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잘못하는 게 있었다. 손날 방향을 돌리는 타이밍이 머리 위 수면 속이 아니라 몸의 방향의 90도로, 어깨 위에서 천장을 향해 뻗었을 때인 것이다. 처음 배울 때 분명 이렇게 배웠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몇 주나 잘못 연습하고 있었던 것인가. 기본적인 것도 까먹고 수태기라며 툴툴대고 있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배영이 끝나고, 다른 분들은 평영 연습을 시작하셨다. 나는 다시 킥판 잡고 자유형 연습이다. 평영은 속도가 늦기 때문에 한참 거리를 두고 출발해야 했다. 선생님은 내게 골반에 힘을 빼고, 어깨에도 힘을 빼고, 몸통을 흔들려고 하지 말라 말씀하셨지만, 나는 물살에 몸을 맡겼을 뿐 억지로 움직인 적은 결단코 없었다.


나는 충분히 물에 몸을 맡기며, 몸에 힘을 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몸에 힘을 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나는 무용을 할 때도 팔에 힘을 엄청 준다는 지적을 들었다. 몸에 왜 이렇게 힘을 주냐고 말이다. 나의 체질 문제는 아닌지, 되긴 되는 건지, 계속해보는 수밖에 없는 건지, 답답하다.


앞사람과의 간격을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은 다음 시간엔 평영을 배워보겠다고 하셨다. 나는 노잼 표정으로 평영이요? 하고 대답하고 만 것 같다. 생각보다 진도가 빨리 나가서 다행이긴 한데, 이조차도 수영계 커리큘럼을 보면 그렇게 빠른 편도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에 크게 위안은 되지 않는다. 왠지 흥미를 되찾으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평영은 내가 직접 배우기도 전에 옆사람이 듣는 피드백을 많이도 훔쳐 들었다. 이대로 가다가 접영 배울 때까지 수영을 계속하는 건 아닐까? 흠, 모르겠다. 일단 자소서나 쓰러 가자, 제발, 나 자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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