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정말 사람이 많았다. 레인을 반 정도밖에 못 갔는데, 도로가 풀리길 기다리는 데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 분명 결석한 사람도 있고 평소와 특히 더 붐빈다고는 못 느꼈는데 이렇게 막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인가. 운동이 거의 되지 않는 느낌이다. 자유형, 배영 발차기 한 번씩, 평영 발차기 두 번. 그러고 나니 시간이 벌써 15분이 지나 있어서 자유형, 배영, 평영을 한 번씩밖에 못 했다. 10분 정도 남아 시간은 충분했는데, 교통 정체로 마음껏 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배영 할 때 오른팔을 90도 방향으로 잘 드는지 신경 쓰는 걸 완전히 까먹었다. 평영 발차기도 레인 끝에서 끝까지 갈 때 몇 번을 하는지 맨날 세다가 흘린다. 휴.
이제 접영 연습 시간! 한 바퀴는 팔 따로 다리 따로 한 팔 접영을 연습했고, 두 바퀴째부터 한 팔 접영을 연습했다. 호흡을 할 때마다 여전히 휘청거리고 왼팔도 아래로 내려간다. 역시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나 보다. 한 팔 접영을 두어 바퀴 돌고 난 뒤에는 양팔 접영을 시도해 보았다. (스스로 연습 과제를 정하는.. 자율학습이다.)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또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머리가 멍해질 땐 다시 한 팔 접영으로 돌아가 보기.
그러다 양팔 접영의 감을 다시 잡고 반복 연습해 보았다. 사실 어제는 다른 선생님이 지도했기에 차렷 자세에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팔을 되돌려야 했기에, 차렷 자세에서 멈추는 건 오늘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어떨 땐 멈춰버리고 어떨 땐 위로 솟구쳤다. 차렷 자세에서 멈춘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다시 팔을 앞으로 돌려서 킥을 반복했다. 만세 자세에서 킥 한 번, 물을 잡으면서 차렷까지 킥 한 번. 그렇게 남은 시간을 거의 다 채웠다.
차렷 자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바빠 보이셔서 그냥 연습을 이어갔다. 그러다 수업이 거의 끝날 무렵 선생님이 내게 계속 이어서 하고 싶으면 킥을 세 번 차고 팔을 몸 안쪽으로 돌려서 뻗으라고 하셨다. 차렷 자세에서 기다리며 앞으로 나가는 게 느껴지면 팔을 안쪽으로 뻗으라고 말이다. 평영 팔과 접영 킥을 섞어서 연습했던 것처럼 말이다. 약간 멀어서 잘 안 들리긴 해서 반신반의하며 연습을 했다. 이게 맞는 건가?
시선을 앞으로 향하지 않으면 상체가 위로 향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시선만 제대로 위를 보면 고개가 잠시 물 밖으로 나와서 숨을 쉴 수가 있다. 멈추는 건 그냥 힘들어서 멈추는 거다.
마무리 체조가 끝나고 연습을 더 했다. 물속에서 차렷 자세로 시선을 앞으로 향하는데 킥판을 정리하던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ㅋㅋㅋㅋ) 나는 벽을 붙잡고 올라왔고 선생님은 차렷 자세로 앞으로 나가는 걸 기다리는 동안 레인 구분선(?)의 색색으로 구분된 한 칸만큼은 앞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웬만해선 앞으로 나간다고 말이다.
그게 잘 되면 숨쉬기까지 보태고, 또 그게 잘 되면 팔까지 더한다. 그럼 어느 정도 완성되는 거라고 한다. 더 자세히.. 시범과 함께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 나는 "그걸 다음 주까지 할 수 있을까요?"라며 물었고 선생님은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매우 긍정적으로 대답하셨다. 이 선생님에게 흉내를 낸다는 것은 꽤 높은 수준이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연습을 해야 수영을 쉬다가 다시 시작할 때에도 교정이 가능한 수준을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2 레인에서 접영 하시는 분들도 흉내내기로 하고 계신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그 설명을 다 외우지 못하는 내 지식과 기억력의 한계가 분하다.
아무튼 접영을 배워보니 역시 접영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 평영도 이제는 제법 앞으로 뚫고 나가는 느낌이 나서 재밌긴 하다. 이제 자유형이랑 배영은 별 생각도 없이 재미도 없이 한다. 흥미를 얻고 잃는 주기가 너무 짧다, 나는. 한동안 수영을 안 하고 어떻게 살지? 이제 이 센터는 멀어져서 못 다닐 것 같은데, 잘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도 아쉽고. 3개월 반이라는 짧지만 긴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는 것도 시원섭섭하다.
부디 어서 새 삶에 적응하고 다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얻고 싶다.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 괴롭네.
오늘 오후에 조금 괴로운 일이 있어서 멘탈이 바사삭해졌지만, 내일부터 다시 심기일전하고 누구보다 "잘 흉내내기" 위해 열심히 해보자! 일단은 막걸리를 마셔야지.